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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 적대적 동맹의 再조명
[홍관희]

<이 달의 안보 포커스>
北·中 적대적 동맹의 재조명

홍관희 (고려대 교수)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

중국이 한반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다는 인식은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특히 북핵 문제가 이슈화된 지난 십수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의지를 억지하기 위해선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막대한 영향력과 지렛대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라는 믿음이 미국 조야에서 형성돼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제재 동참과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전개했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직후의 양국 관계에서 보듯, 미국은 중국에 무역 현안을 양보하는 한편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강력한 대북 군사조치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려 했다.

미국의 군사행동 의지가 중국을 움직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4월 한반도 위기 시에도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북한 석탄 200만 톤을 반송하는 가시적 협조 태도를 보임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긴장이 사라지면 중·북 거래는 되살아났고 제재 효과는 소실됐다. 심지어 중국 기업이 북한 미사일 부품을 공급해 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 잔해(殘骸)를 건져 분석한 결과 밝혀진 내용이다. 이에 중국의 이중적 태도에 참다못한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If China is not going to solve North Korea, we will”)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9월 21일 초강력 새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하여 재무부로 하여금 북한과 거래하는 어떠한 외국기업이나 개인도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불똥이 자국 기업에게까지 튀게 되자 중국은 자국 내에 북한이 설립한 기업들에 대해 120일 내에 폐쇄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과연 중국의 적극적 북한 응징 조치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중국과 북한은 6·25 전쟁 때 ‘항미원조(抗美援朝)’ 슬로건 하에 이뤄진 ‘혈맹’이며, 북·중 동맹은 한·미 동맹과 달리 ‘자동 개입’이 보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보다 강력하다.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중국이 점유할 만큼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의 대북 전략 핵심은 표면적으로는 핵개발 반대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을 한·미 세력에 대한 견제로 활용하려 하며 북한 체제 붕괴에 반대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 내부에서 전통적 대북정책을 정면 비판하는 주장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막상 북·중 관계는 우리가 상정하는 만큼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북핵 위기의 비상 상황에서 중국 대북전략의 변화와 지속 요인을 고찰하는 것은 한국 안보의 중요한 현안 과제다.

‘혈맹(血盟)’ 속에 가려진 不信의 역사

북·중 관계는 협력 속에 긴장이 지속되는 ‘긴장된 동맹(strained alliance)’ 또는 ‘적대적 동맹(alliance despite antagonism)’으로 불린다.[박종철, “중국의 한반도 정책”(국방대, 2014)] 그만큼 ‘혈맹’ 이면에 깊은 불신이 쌓여 있다는 뜻이다. 북·중 간 불신의 역사를 (i)6·25 한국전쟁에 대한 북·중의 인식 차이 (ii)문화혁명 기간 중의 갈등 (iii)한·중 국교수립 이후의 불화와 재결속, 그리고 (iv)중·베트남 전쟁이 남긴 상처 등으로 나누어 분석해볼 수 있다.

가) 6·25 한국전쟁에 대한 북·중의 인식 차이

북·중 관계의 썩 좋지 않은 출발은 김일성 주도의 6·25 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성은 남침 후 한반도 전체를 적화함에 있어 중국군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일성은 중국 대표단을 경멸하는 태도로 대했으며, 유격전 방식에 대해 연구해보자는 중국 측의 요청을 전면 거부했다고 한다. 김일성의 이러한 행동은 그 자신의 자만심과 때마침 긴밀했던 소련과의 연대에 기인한 것이다. 당시 북한은 사실상 소련군에 의해 세워진 위성국가였기 때문이다. 또한 김일성은 갓 수립(1949년 10월)된 중국 공산당 정권에 대해 적잖은 불신을 갖고 있어, 한반도에서의 중국 역할을 최소화하려 했다.

한편 마오 쩌뚱(毛澤東)은 한반도를 당시 동서 냉전의 접점 중의 하나로 파악했다. 내전 기간 중 장개석 정부에 지속적인 원조를 해 준 미국에 대해 불신이 깊었던 마오는 6·25 전쟁을 미국과의 대결로 보았다. 동시에 마오는 해공군력이 열세였던 입장에서 산악지대가 많은 한반도 전쟁은 유격전 경험이 많은 중국군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마오의 입장에서, 한반도는 미국과의 큰 게임에서의 ‘졸(卒)’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김일성 정권 자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역사가 할버스탐(David Halberstam)은 “중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 엄청난 인적 손실을 입었으나, 미국과 UN의 북상을 막으려는 그들 나름의 목적을 위해 싸웠을 뿐이지 북한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이 김일성 정권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북·중 관계를 획기적으로 결속·강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전쟁 이후 북·중 관계는 실질적인 군사 동맹(1961.7)으로 발전하였다.  

나) 문화혁명 기간 중의 갈등

1956년 후르시쵸프의 스탈린 격하 운동이 일어나자 중·소 분쟁이 시작되었고, 북·중 양국은 소련의 ‘수정주의’에 대한 반대 연대를 구축하였다. 김일성은 중·소 분쟁을 이용해 1961년 7월 중국과는 북중우호조약을, 소련과는 북소우호조약을 각각 체결하여 체제의 안전보장을 확립하려 시도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혁명이 마오의 주도하에 공산당의 조직과 정책을 정면 공격하고 북한 지도부에 대해서도 ‘수정주의자’로 강한 비판을 가하면서, 북한의 중국 인식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황장엽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문화혁명에 대해 “권력투쟁적 측면에서 마오쩌뚱의 좌경 노선과 내부 정치권력투쟁의 혼합된 형태”라고 판단하고, 마오가 홍위병을 앞세워 북한 내정에 간섭하려 한다고 인식했다.(박종철, 상게서) 특히 북한 노동당은 중국의 문화혁명을 “크게 미친 짓(great madness)”이라고 혹평했으며, 모택동을 “정신이 나간 늙은 어리석은 사람”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북·중 불화는 이후 탈냉전 기간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양국 관계를 특징짓는 패턴이 되었다. 중국 역사와 북한 문제를 연구한 들루리(John Delury)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중국과의 동맹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배신(betrayal)’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 한·중 국교 수립 이후의 불화와 재결속

1980년대 말 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독일 통일, 그리고 이어지는 소(蘇)연방 해체는 중국의 한반도 인식 변화를 불가피하게 했고, 한·중 수교라는 역사적 대전환을 불러왔다. 중국은 한·중 수교에 임하여 동맹국인 북한을 위로하기 위해 수많은 배려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향후 한반도 정세는 한국 중심으로 갈 것이라는 신념이 대북전략 변화에 개재돼 있었다. 사실상 북한 포기였던 셈이다. 중국은 북·중 관계를 최고 수준인 ‘동맹’에서 1단계 낮추어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로 재규정하였다. 1996년 이후 양자 간 외교관계를 (i)동맹 (ii)전통적 우호협력 (iii)동반자 (iv)선린 우호 (v)단순 수교 등 5단계로 분류한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한·중 수교를 충격으로 받아들였고 중국에 대하여 “제국주의에 굴복한 변절자·배신자”라고 비난하였다. 1993년 1월에는 압록강에서 중국 측에 700발의 총기 난사를 감행하는 무력도발을 하기도 했다. 이후 3월 북한은 NPT탈퇴를 선언하고 핵무장을 공언하였다. 소련의 해체와 한·중 수교는 북한 정권이 더욱 ‘주체’ 이데올로기에 매달리게 했다.

그러나 2000년대로 접어들어 한국이 대북 ‘햇볕’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한반도 정세 인식은 다시 급전환을 맞게 되고 북한에 대한 관계 개선을 시도하게 된다. 2000년 6월 베이징 북·중 정상회담에서 장쩌민 주석은 ‘평화공존 5원칙’과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원칙을 제시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한반도 적용을 제안하였다. 이후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키며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였고, 북한을 한·중 수교 직후의 ‘부담’ 인식에서 벗어나 한·미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라) 중·베트남 전쟁이 남긴 상처  

1979년 중국의 베트남 침공은 주변 동맹국에 대한 중국의 비대칭 관계와 자신의 국가이익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는 잔혹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사건이다. 남 베트남 몰락 이전의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중국은 북 베트남에 32만 명의 군대를 파견하고 20억 달러 이상의 군사·경제 원조를 제공했으나, 1975년 베트남 통일 이후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베트남과 소련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베트남은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제국주의의 꿈’을 실현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중국은 베트남에게 ‘교훈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1979년 2월 17일 중국은 “자위적 반격 조치”라는 구실로 베트남을 침공했으며, 30일간의 혈전 끝에 베트남군이 1만 명의 전사자를 기록한데 비해 자국군 2만2천~6만3천 명이 전사하는 사실상의 패배를 맛보았다. 이웃 나라에 대한 중국의 무자비한 군사 공격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느 때라도 힘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북한에 주었다.
당시 북한은 중·소 분쟁의 와중에서 ‘주체’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비동맹’ 대외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그만큼 소련과의 관계도 견고히 유지되고 있었다. 김일성으로선 ‘동남아에서 소련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독립적 외교정책을 취한 베트남이 무슨 죄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만했다. 중국의 베트남 침공은 북한에게 중국 불신의 강한 씨앗을 남겼다.

중국의 대북 전략 변화 징후

북·중 간에는 상기한 바와 같은 잠재적 불신 요소에도 불구하고, ‘반미·반패권’이라는 공동의 이해에 기반한 강력한 전략적 유대가 형성돼왔다. 중국은 북한을 한·미 견제용 ‘순망치한→완충지대’ 개념으로 인식하고, 북한 핵개발에 대한 국제 제재에는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하되 북한체제가 결코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을 계속해왔다. 북핵 해법으로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의 중단을 대가로 한·미의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쌍중단(雙中斷)” 곧 “동결 대 동결( freeze for freeze)”과 ‘한반도비핵화-미북평화협정’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전통적 대북전략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중국의 대북전략을 정면 비판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정치학원장은 9월 9일 쌍중단과 쌍궤병행 전략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북한 핵개발이 “중국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험을 미치는 것으로 핵개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한반도 전쟁이 현실 가능성이 됐으므로 중국은 한·미와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위기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정치평론가인 덩위원(鄧聿文) 역시 9월 16일 “(북한이) 석유 금수 조치 이후에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중국의 체면에 먹칠을 한다면 식량을 끊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동아일보」, 2017.9.18.). 이제 세계의 관심은 중국의 변화된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와 이것이 중국의 근본적 대북정책 변화를 의미하느냐에 집중될 것이다. 앞서 고찰한 바와 같이, 북·중 관계는 동맹과 불신이 공존하는 이율배반을 그 특징으로 한다. 변화와 지속성 두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배경이다.

한편 북한의 대규모 6차 핵실험 결과, 연변 일대 주민들이 지진 공포에 시달리고 북한 핵실험에 강한 항의 의사를 표출한 것도 중국의 대북관(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비록 권위주의적 공산당 일당 체제라고는 하나, 이미 경제·사회적으로 개방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자국민들의 반발과 분노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활발한 화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백두산과 풍계리 핵 실험장 간의 거리가 115~130km에 불과해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으로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중국이 입게 될 피해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전망과 우리의 대응전략

10월을 경과하며 한반도 핵·미사일 위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 미 본토를 위협할 경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totally destroy)”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데에 대응하여, 김정은은 전례 없는 본인 개인 성명을 통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을 위협했다. 외무상 리용호의 입을 통해 태평양 수소탄 실험 가능성도 언급했다. 과연 김정은이 미국의 최후 통첩성 압박에 맞대응함으로써 전쟁 위기에 돌입할 것인지, 자멸의 길을 피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인지, 그 선택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미·중 양국이 대북 제재와 관련해 공조와 밀월을 구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동해로 향하는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의 홍콩 기항도 허용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경우 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피력한 바 있다.(「환구시보」, 2017.4.22.) 다만, 한·미 군이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북상(北上)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미·중 빅딜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는 ‘중국에 의한 북한 붕괴’와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중국 내 새로운 대북전략 수정주의자들의 부상과 함께 미·중 간에 김정은 이후의 북한 상황에 대한 물밑 합의가 이뤄질지 모른다. 이미 북한 붕괴 시 미·중 간 한반도 분할 통치에 관한 비밀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월간조선」, 2017.10.5) 이와는 정반대 시나리오로서, 북한 문제를 놓고 미·중 양국이 타협할 수 없는 갈등과 충돌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건 우리는 ‘코리아 패싱’을 사전 방지하여,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북핵 저지와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국가적 목표를 일관되게 추구해 나가야 한다.
2017-10-29 08: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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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반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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