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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와 韓美동맹 위협하는 北의 ‘민족공조’ 선동
[南北고위급회담 결과 분석]

홍관희 (고려대 교수)

2018년 1월 9일 2년여 만에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이 3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하고 폐회됐다. 그 주요 내용은 ①평창 올림픽에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 파견 ②남북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③(지금까지의) 남북 선언 존중 및 ‘민족’ 중심 한반도 문제 해결 등이다.

새벽부터 눈이 내려 비교적 차가운 날씨 속에 개최된 이번 고위급 회담은 전례 없는 우호적 분위기 속에 순조롭게 진행됐고 합의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회담 과정과 합의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특히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韓美 동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첫째,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에 남북이 정체(正體)가 불분명한 한반도기(旗)를 들고 공동 입장하기로 한 점이다. 비록 여러 차례 한반도기 공동 입장 선례가 있다고는 하나, 올림픽 개최국인 우리나라의 국기(國旗)를 개·폐막식 행사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 또 남북 공동응원이 한반도기의 물결로 뒤덮일 때, 자칫 ‘민족’을 앞세운 북핵 면책 축제를 우리가 만들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전 세계의 규탄 대상이 된 비상 상황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韓美 공조로 북한 핵·미사일을 압박·제재해 나가야 하는데, 감성(感性) 중심의 민족공조 연출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둘째, 남북이 앞으로 군사당국자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다고는 하나, 과연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의제(議題)로 채택되어 실질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임을 선언했고 미국에 본토 타격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핵문제가 남북 현안이 아닌, 美北 간의 문제라고 주장해왔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한 측 회담 대표인 리선권은 회담 도중 한국 측의 비핵화 언급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거부로 ‘비핵화’가 제외되는 군사회담은 시늉에 그칠 뿐이다. 결국 핵 논의 없는 군사회담은 북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되고, 한국은 그 과정에 협조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셋째, 지금까지의 남북 선언들을 존중한다는 것은 2000년 6·15공동선언 등 한국에 불리하게 합의된 모든 선언들을 일괄 승인함을 의미하고, 이는 결국 북한에 강력한 대남 선전·선동의 준거(準據)를 제공하는 결과가 된다. 이미 리선권은 모두(冒頭) 발언에서 2000년 6월생이라는 조카를 언급하며 6·15공동선언을 은근히 상기시키는 술수를 보였다. 김정은이 2018년 신년사에서 ‘외세 배격’과 ‘민족자주·민족단합·민족공조’를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모든 한반도 문제에서 “민족 중심으로 해결한다”는 표현이 던지는 함의도 심대하다. 결국 미국을 외세로 배제하여 韓美를 이간시키고 韓美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음모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 측은 이번 회담 도중에 예상대로 韓美 군사훈련 중단과 美 첨단 전략자산의 철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선권은 또 모두 발언에서 느닷없이 ‘공개 회담’을 하자고 주장해 우리 측 대표단을 당황케 했는데, 이 역시 한국 국민을 상대로 회담장을 선전 무대化 하려는 전형적 선전 전술이다. 다행히 조명균 우리 측 대표가 ‘관행’에 어긋남을 들어 거부한 것은 지혜로운 대처였다.

결국 올림픽 참가와 남북회담 개최에 임하는 북한의 속셈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압박을 회피하고 선제공격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약한 고리’인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곧 ‘민족’을 명분으로 일종의 항미(抗美)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의도이자 전형적인 통남봉미(通南封美) 책략의 일환임을 알 수 있다. 리선권 대표가 북한의 핵·미사일은 “철두철미 미국 겨냥이지 동족 겨냥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은 북한이 벌이는 거짓 선동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니키 헤일리 UN 주재 美 대사의 언급처럼, 北비핵화 논의가 없는 남북회담은 무의미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 측의 남북대화 열정을 이해하고 올림픽 기간 동안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나, 핵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 이미 ‘플랜 B’를 가동할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또는 일본과 6·25 참전국들을 포함하는 UN사령부 휘하의 다국적 연합을 만들어 군사옵션을 실행하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구체적으로 ‘코피 전략(bloody nose)’이라고도 불리는 제한타격 옵션도 거론되는 실정이다.

우리의 안보와 생존을 핵무장한 김정은 정권의 선의(善意)와 자비(慈悲)에 맡기는 형세가 돼선 안 된다. 북한의 평창 참가 의도를 좀 더 냉철히 분석한 후, 대북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2018-01-15 12: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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