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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칼럼]베트남에서 철수한 닉슨처럼, 트럼프도?
[홍관희]

원제: 安保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선의(善意)와 군사력을 토대로 세계경찰과 공공재 역할을 수행한다는 미국의 ‘패권안정’ 대외전략이 트럼프 시대에 축소될 것 같지 않다. 트럼프 핵심 참모들은 한결같이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강조하고 자유세계를 위협하는 적(敵)들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의 국방 부문 ‘시퀘스터(자동예산삭감)’의 폐기와 아·태 지역에서의 획기적인 해군력 증강이 예상된다.

오바마의 대북 ‘전략적 인내’도 수명을 다했다. 한·미 동맹이 “핵심동맹(vital alliance)”으로 자리 매김되는 가운데, ‘북핵’은 우선 해결현안으로 부상했다. 그럼에도 한·미 동맹의 미래는 불확실성의 긴 터널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에 편승하지 말고 국력에 상응하는 안보 비용을 짊어져야 한다는 트럼프의 평소 지론(持論)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북한에 대한 대적관과 ‘글로벌 파트너십’ 의지가 불확실한 우리 내부에 있다. 극심한 국정 혼란과 내홍에 시달리는 한국이 기대 난망으로 비쳐질 경우,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전략이 일거에 돌변할 수 있다. 트럼프는 거래에 능통하고 현실 감각이 뛰어난 실용주의자다. 형식논리를 뛰어넘어 동맹의 실체를 피부로 느끼려 할 것이다.

현재 한·미 동맹의 시금석으로 떠오른 핵심 현안은 THAAD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이다. 다행히 THAAD 배치가 신속히 추진되고 한·일 정보협정이 체결됐지만,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는 과정에서 외교·안보·대북정책에까지 불똥이 튄다면 국가운명에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두 현안에 대한 야당의 반대는 안보 현실을 외면한 것으로 수권(授權) 능력을 의심케 함은 물론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북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은 불가결하며, 한·일 정보협정체결은 그 필수 코스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얽매여 엄중한 안보현실을 읽지 못하는 정치권 일부의 인식이 한국을 국제사회 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게 한다. 이들은 핵무장한 북한의 위협보다 실체가 없는 가상(假想)의 자위대 한반도 진입을 더 두려워하며, 독립운동 시절의 ‘반일(反日)’ 프레임 속에 아직도 갇혀 있다. 진주만을 기습 공격당한 미국이 미·일 동맹을 역사상 가장 강고한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적실성 있는 외교 태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항일’을 권력의 정통성으로 삼아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시대착오적 대남전략에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자주·항일이 아닌, 북핵 방어와 자유통일이기 때문이다.
권력 비리와 부패는 척결하되, 외교·안보·대북정책의 지속성이 흔들려선 안 된다. 안보는 초당적으로 대처하고 위기 때는 정파를 초월해 국익 중심으로 뭉치는 선진국에서 배워야 한다. 정쟁을 하더라도 안보는 챙기면서 해야 한다. 안보가 무너지면 모든 게 사라진다.

북한은 스위스에서 열린 미·북 비공식 민간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근간으로 하는 통미봉남 책략을 되풀이했다. 김정은은 지금 남한의 정치적 혼란기를 틈타 일선 군부를 연쇄 시찰하며 NLL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970년대초 닉슨 독트린은 “베트남전의 베트남화” 레토릭하에 남베트남을 ‘안보 당사자’로 내세워 미군을 철수시켰다. 부패와 분열의 도가니인 남베트남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969년 11월 대국민 연설에서 닉슨 대통령은 “자유를 지키는 일은 미국만의 임무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임무”임을 선언하고, 특히 자유를 위협받고 있는 “당사자 국민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동맹국의 안보 당사자 역할을 주창(主唱)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우방 미국이 강력한 지원을 다짐해도 당사자인 우리가 내분에 함몰돼 스스로 일어설 의지와 능력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임을 잊어선 안 된다.
2016-11-28 21: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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