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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A 포럼]김정은 정권의 지속성 평가와 전망- 김정은의 건강 문제를 중심으로
[홍관희]

김정은 체제의 지속성 평가와 전망
- 김정은의 건강 문제를 중심으로

홍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1. 내외 위기에 처한 김정은 정권

무릇 변화(變化)는 삼라만상의 근본 질서이나, 북한체제는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화석처럼 굳어져 바뀌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격변의 씨앗이 북한에서도 잉태되고 있다. 다름 아닌,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김정은의 건강 악화이다. 지난 4월 15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에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불참함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끌며 김정은 유고 내지 중태설이 확산되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체중이 130kg를 넘는 비만에다 평소 과도한 흡연과 음주가 건강 악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체제는 김가의 3대 세습과 함께 ‘주체’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고도의 신정(神政) 전체주의를 시현해왔다. 따라서 보편적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이 동유럽 및 구소련의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쉽지 않다. 체제 전환은 정치의 민주화(democratization)와 경제의 시장화(marketization) 그리고 체제 개방(opening)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북한이 이 과정을 밟는다면 속성상 유일체제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체제 몰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역대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을 한사코 거부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북한 정권의 목표는 세습체제를 공고히 유지하는 것이며, 체제 안보를 위한 선제적인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전략에 입각해 주체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핵 개발은 이를 위한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다. 내부적으로 북한 정권은 주민을 외부 정보유입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주체 이데올로기를 내면화(indoctrination)하는 우민화 정책으로 폭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상호의존을 생명으로 하는 21세기 현대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고립(autarky)’의 지속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권력 엘리트의 이반과 주민의 불만이 늘어나 체제불안 요인이 증폭되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정권의 딜레마가 있고 또한 자유세계의 희망이 있다. 최근 부각된 김정은 건강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체제의 지속성을 평가하고 전망해본다.

2. 김정은의 건강 문제

김정은은 1984년생으로 올해 36세이다. 신장은 170~172cm에 체중은 130~140kg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정보원의 국회정보위원회 보고 내용에 의하면, 2012년 집권 당시 90kg이던 체중이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폭음‧흡연과 건강관리 실패로 2014년에 이미 40kg 증가했는데 최근 그 이상 증가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그의 건강 악화 요인은 과체중과 고도비만으로서 그 정확한 상태를 국제사회 누구도 알지 못한다.

김정은은 2014년 10월 통풍 및 ‘족근관증후군’으로 알려진 발목 관절로 잠적 41일 만에 지팡이에 의존해 다리를 절며 공개석상에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독일‧중국‧러시아 의료진이 평양에 들어갔었고, 러시아 의료진도 치료를 담당했다. 당시 이들 의료진은 김정은이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으며, 수 년 이상을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 CIA 역시 김정은이 건강 악화와 불안정한 심리상태로 3년 이상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예측은 적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김정은의 건강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 CNN 방송이 지난 4월 21일 김정은이 “수술 후 중태(grave danger)”에 빠졌다고 보도함으로써 김정은 건강 문제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리고 김정은의 유고를 전제로 한 후계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후계 문제는 3대 세습 정당성과 관련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주체 혁명’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계속혁명론’ ‘혈통계승론’ 및 ‘영도의 계승성’ 논리를 전개하며 “대를 이어 충성하자”고 선동해왔다. 노동당 제1부부장 직책에 있는 여동생 김여정이 유일한 백두혈통으로서 후계자 후보로 회자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유교 문화에 입각한 남성 중심 북한사회에서 김여정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 유고 시, 북한 후계구도의 난맥상과 혼란은 불가피하다. 오랫동안 북한 주민들이 1인 통치에 익숙해 있어 설사 김정은이 유고가 될 경우에도 내부 혼란이 야기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태영호)이 있는가 하면, 이번에는 과거 권력세습의 경우와 달리 후계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 혼란으로 인한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빅터 차)는 분석도 나온다.

빅터 차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미 2014년 김정은이 발병해 잠적했을때, 김정은의 건강은 기본적으로 비관적이며 후계구도의 불확실성으로 절대권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3대 세습정권은 ‘난로가 꺼진 방안에 온기가 없는 것’처럼 조만간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준비된 지도자급이 없다는 것이 북한체제의 최대 약점이라는 것이다. 6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체제 붕괴 가능성이 재차 거론되고 있다.

3. 재부상하는 북한 급변사태론

과거 세계 여타 공산주의체제가 다 그러했듯, 북한체제의 최대 약점은 권력교체의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수령에 의한 권력 독점으로 1인 통치자의 위기가 체제위기로 직결되는 패턴을 벗어나지 못한다. 절대권력이 사라질 때 일시적으로 집단지도체제가 이어질 수 있으나, 북한처럼 수령 절대권력으로의 구심력과 응집력이 강한 정치환경에서 과두체제가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혹여 김여정을 중심(노동당)으로 최룡해‧박봉주 등이 포진하여 집단 과두체제가 성립될 수도 있으나, 머지않아 이들 간의 권력투쟁이 뒤따를 것이다. 김여정의 출현은 백두혈통의 혈통 정통성을 약화시킬 수 있고, 이 틈에 야심에 찬 권력 엘리트가 출현할지도 모른다. 이미 그 개연성을 제기한 전문가도 있다. 예컨대 존 에버라드 前 평양 주재 영국 대사는 이번 김정은의 잠적에 대해 강경 보수파에 의한 통치력 상실의 징후일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경제난과 인권유린 상황이 도래할 때, 북한 내부에서 걷잡을 수 없는 내부 소요가 일어날 수 있다.

북한 급변사태란 그동안 축적된 체제 모순의 폭발(implosion)로 급격한 체제붕괴 상황이 초래됨을 뜻한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에 대한 연구와 분석은 한미 안보담당자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돼왔다. 특히 2013년 RAND 연구소의 보고서에서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북한 급변이 “여부(whether)가 아닌, 시기(when)의 문제”임을 지적하며 그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 정세가 급변으로 갈 때, 우리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신속히 제거하여 대한민국의 안보를 확보하고 북한주민의 인명 피해를 극소화하는 한편, 동맹국 미국과 함께 중국 등 외부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는 군사‧외교 노력을 경주하는 동시에, 한미연합군 주도의 「작계 5029」에 입각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인 북한 안정화(stabilization)작업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자유민주 통일로 이끌어야 한다.

급변사태 시 최악의 위험 시나리오는 북한 안정화 작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미중 양국의 무력 충돌이다. 김정은 와병 추정 보도 직후 B-1B 등 미 전략폭격기와 첨단 정찰기가 한반도에 진출한 그 시각에 중국 역시 Y-9 정찰기를 한반도에 띄운 것으로 확인됐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미중 패권쟁투의 유력한 전장 후보지 중의 하나가 한반도이며 특히 북한 변수가 미중 패권전쟁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 충돌을 막기 위해 북한 지역 분할과 양측 간 완충지대 설치 등이 논의‧결정될지 모른다. 어떤 경우에건 북한 혼란을 수습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한미연합사의 군사적 뒷받침이 결정적 요소가 되어야 한다.

4. 향후 전망

지난 해 12월 발생해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이 동북아 국제정치 및 북한 정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5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미국은 코로나 발병의 근본 원인이 중국의 실험실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해 중국 측에 책임을 물을 태세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반중 정서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일시 위축되는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여 동아시아에서의 미국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미 동맹국 분열을 유도해 세계 지도국 지위를 넘보려 한다. 코로나 사태로 미중 패권 쟁투가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이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 각국이 폐쇄적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북중 관계 역시 크게 위축되었다. 북한의 3월 대중(對中) 무역은 90% 이상(수출은 96%, 수입은 91%) 격감했으며, 북중 간 인적‧물적 교류는 전면중단 상태에 빠졌다. 일부 주민들이 절량(絶糧) 상황―배급 단절을 의미―에 이르는 등 북한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이는 김정은에게도 상당한 심적 부담을 주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또 코로나 감염 피해의 진상을 은폐해 정권 안보를 유지하려 했지만 실제로 피해는 크게 확산되고 있다.
격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김정은 정권은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김정은의 건강 문제는 머지않은 장래에 북한체제의 붕괴를 촉발하여 한반도 국제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최대 변수이다. 핵 무장한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과 동시에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양극단 시나리오 중의 하나이다.
2020-05-06 18: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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