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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KIMA]COVID19 확산後 美中패권쟁투 격화―한반도 安保的 含意
[홍관희]

COVID-19 확산 이후 美中 패권쟁투 격화
― 한반도에 주는 안보적 함의

홍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COVID-19 확산: ‘세계화(globalisation)’의 종언인가?

<세계화의 위대한 시대, 종언을 고하고 있는가>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는 “세계화여 안녕(Goodbye Globalisation)” 제하의 특집 기사(2020.5.14.)에서 지난 수십 년 국제사회의 번영을 이끌어 온 ‘세계화’의 위대한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만한 어떤 국제질서 패러다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COVID-19 바이러스가 수그러들지 않게 되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상호의존을 축소하고 “자급자족(self-sufficiency)”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진정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COVID-19 발생 이전에도 세계화는 이미 위축되고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미중 무역 갈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COVID-19의 출현으로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런던 히드로 공항의 여객 수는 전년 대비 97% 감소했으며 멕시코의 자동차 수출은 4월 통계로 90%나 감소했다. 한국의 5월 첫 10일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46%의 감소를 보였다. 이는 한국에서 무역규모 기록이 시작된 1967년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태평양을 오가는 컨테이너 수송량의 21%가 취소되었다. 당분간 과거와 같은 자유무역 기조로 복귀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자급자족-자력갱생 기운 대두>
이에 따라 자급자족(self-sufficiency) 및 자력갱생(self-reliance) 경향이 주요 국가에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치인이 코로나 사태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기미가 보이는데, 이는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잠재적 무정부(anarchy) 성향을 표면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이 ‘경제민족주의’의 등장을 우려했듯, 배타적 국수주의 출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에 극우 경향이 고개를 들면서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악용하여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배타적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1차 대전 이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나치즘이 세력 확대에 성공한 선례를 상기시킨다.

5월 12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수상은 ‘경제적 자력갱생(economic self-reliance)’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게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으며, 유럽연합(EU) 관리들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란 개념을 언급하면서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역시 인텔(Intel) 등 기업에 본국 투자를 강력히 권유하고 기업들의 본국 복귀 곧 리쇼어링(re-shoring)을 독려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디지털 분야(아마존, 애플,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교역은 그런대로 생존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세계 교역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미중 패권쟁투 본격화>
국제질서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 미중 패권쟁투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라 부른 강대국 간 ‘패권전쟁 불가피성’ 패러다임이 과연 현실화할 것인지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리더십 아래 전개돼 온 국제질서가 근본적인 위기에 처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추구하는 가운데, 미중 쟁투가 현존 세계 안보질서의 근간인 미국 주도 동맹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미 동맹이 국가안보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우리로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동과 미중 갈등이 한미 동맹 및 우리 안보에 미치는 충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미중 “대결별(Great Decoupling)” 현실화할 것인가?

<미국의 공급망 대중(對中) 의존도 축소>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이라는 제하의 특집 기사(2020.5.14.)에서 코로나 이후 미중 관계가 대결별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기존의 자유무역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면서 중상주의적이고 제로섬(zero-sum) 성격의 보호무역 국제관계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 뉴스 인터뷰(2020.5.14.)에서 “중국과 완전 단절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국제 동향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여기서 ‘대결별’을 실무 차원에서 정의하면, 지금까지 세계화 과정에서 축적된 복잡한 물자 공급망(supply chain)을 “교묘하게 해체(deliberate dismantle)”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서 제조되는 수많은 부품들을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어냈는데, 코로나 사태로 그 수입원이 봉쇄되어 자체 제조업이 타격을 입게 되자 근본적인 처방에 돌입한 것이다. 예컨대 2020년 상반기 중국 우한시의 폐쇄(lockdown)는 공급망의 붕괴로 인한 대중 의존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의료 장비와 같은 인명구조 물자 공급망으로부터 핵심 기간산업 기술에 이르기까지 대중 의존 심화의 위험성을 미국에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 및 의회 지도자들은 미중 간 얽힌 ‘제조업의 의존관계’를 분리하여 대중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 특히 기술적으로 민감한 품목 수출 금지, 중국산 제품 관세부과, 중국 내 미 기업의 본토 복귀 또는 베트남‧인도 등으로의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의 비민주적 정보통제가 신뢰추락의 원인>
시진핑 정권의 코로나 발생원인 은폐 및 정부 차원의 숱한 거짓말이 중국 불신을 키웠고, 미중 대결별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당국의 언론‧정보 통제는 중국이 비민주적 일당 독재국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으며, 결국 코로나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정책을 정당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코로나가 9‧11보다 나쁜 최악의 공격”이라고 비난했다(2020.5.6.). 합리적 기대이론의 대가인 하버드대 로버트 배로 교수는 “코로나 이후 중국 투명성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크게 감소하고 미중 협상은 그만큼 어려워질 것”(5.20)으로 내다봤다.

미중 충돌은 1930년대 중반 미일 경제관계의 악화가 궁극적으로 미일 간 태평양전쟁으로 비화했던 역사를 연상시킨다. 1935년 조셉 그루(Joseph Grew) 주일 미 대사는 본국에 일본을 너무 압박하지 말고 “경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유(economic elbow-room)”를 줄 것을 건의했다. 지나친 압박은 일본이 무력을 사용해 제국 확장에 나서게 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싱턴은 수년 후 대일 무역 및 원유 수출금지(embargo)를 단행했고, 마침내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이어졌다.

미중 갈등은 2차 대전 직후 핵 대결 및 대리전쟁을 중심으로 전개된 미소 냉전과 꼭 같지는 않더라도 ‘냉전 1.5’ 형태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케빈 러드 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경고한다. 미중 냉전이 미소 냉전과 다른 점은 군사적으로 대립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있다는 점이다, 과거 소련은 미국 등 자본주의 국가들과 무역관계가 거의 없었다.

<미국의 제재‧압박에 중국의 강경 대응 예상>
미국의 이러한 압박 조치에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국 역시 지난 십여 년 간 나름대로 미국과의 결별작업을 진행해왔다. 미국보다 앞선 기술들을 국내에서 개발해 미국 및 서방국가들에 덜 의존적이려 노력해 온 것이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의 단절 과정에서 살아남았는데, 화웨이(華爲)의 경우는 장래가 불투명하다. 화웨이는 스마트 폰의 많은 부품들을 미국 기업에 의존해왔으나, 이제 미국의 단절조치로 독자적으로 생존해야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장비를 활용해 제3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허가 없이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이를 “국가안보 결정”으로 정당화한다.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미국과의 실질적 관계 단절 준비”를 언급하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그리고 애플‧퀼컴 등 미국의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복을 시사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반도체는 미래 AI(인공지능) 시대의 석유에 비유될 만큼 핵심 전략물자이다. 중국은 국제규범을 무시하면서까지 결사항전할 태세이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4월초 “미국과의 무력충돌도 불사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당 지도부에 제출했다.

<경제‧무역 대결별에서 지정학적 패권경쟁으로>
미중 대결별의 첫 단계는 의료품 관련 공급망의 해체 곧 마스크‧장갑‧인공호흡기 등의 자체 생산이 될 것이며 점차 광범한 범위의 제조업 분야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일단 분리된 경제 상호의존 관계는 다시 복원되기 어렵다. 제조업 과정은 ‘단선적(monolithic)’이 아니어서 완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부품 공급망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종래 국제경제체제를 유지해 온 ‘전 세계적 공급망(global supply chains)’의 장점은 제조업의 저비용‧고효율과 그에 따른 소비자의 효용 증대인데, 대결별 이후 이런 윈-윈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과연 미중이 1930년대와 같은 극단적인 강대국 대결 구도로까지 갈 것인가? 한편 세계화로 인한 국제경제의 통합(integration)이 심화돼 있는 상황에서 1930년대와는 본질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중 대결별의 진행은 양국 간 복잡하고 의존적이던 경제관계가 지정학적 패권쟁투의 인질이 됨을 의미한다. 미국은 1970년대 닉슨 행정부 이래 추진해 온 대중 “전략적 관여(strategic engagement)” 전략을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이미 포기했으며, 이후 중국을 지정학적 경쟁자로 공식화했다. 앞으로 공화-민주 양당이 정파를 초월하여 대중 강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도 대중 강경정책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에 주는 함의: 미중 사이에서 선택과 결단의 “쓴 약”을 삼켜야

<한반도에서의 미중 충돌 가능성 증대>
COVID-19 창궐 이후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서 북한 문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미중 간 ‘실무협의 관계(working relations)’가 사라지면 북한 핵문제와 급변사태에 대한 미중 협의‧조정 역량이 현격히 감소하게 된다. 동시에 무력이 포함된 정면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앨리슨 교수가 경고한 대로, 북한 문제가 미중 간 패권전쟁의 촉매가 될 수 있고 한반도가 전장(戰場)이 될 수도 있다. 미중 대결별은 앨리슨이 예상한 미중 간 ‘경제적 상호확증파괴(MAED)’ 가설의 현실화로도 볼 수 있다.

김정은의 5월초 깜짝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강이상 내지 내부 권력충돌 등 이변에 의한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미중 모두 한반도에 양보할 수 없는 첨예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중 갈등 현안은 북한‧대만‧남중국해의 3개로 압축된다. 북한 급변 시나리오를 놓고 미중 양측이 사전논의할 수 있어야 무력충돌을 피할 수 있음에도, 현재 미중 간 어떤 ‘의미 있는’ 논의―역할 분담이나 공조 방안 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정부는 비현실적인 ‘희망적 사고’ 또는 안보 위험요인인 ‘민족공조’ 환상에서 깨어나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 미중 사이에서 외교 결단 불가피>
강대국 중심의 국제정치 현실주의자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오래 전부터 중국이 무력으로 굴기할 것이며 미중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앨리슨이 기존-신흥 패권 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미중 쟁투가 필연적이라고 전망한데 비해, 미어샤이머는 강대국 간 대결이 국제정치에 내재하는 본질적 속성으로 파악했다.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해 있어 중국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중국은 인권이 억압받는 권위주의적 체제여서 자유민주체제인 한국이 가치동맹 국가인 미국과 연합해 생존 번영하는 것이 순리라고 그는 판단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연합동맹(balancing coalition)’에 가담하든지 중국의 ‘앞잡이 위성국가(bandwagon)’가 되든지 외교노선상의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COVID-19의 창궐은 그 결단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미중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을 글로벌 자유시장체제에서 축출할 목적으로 중국 배제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구상하며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다. 미 의회는 한국에 “대만의 WHO참여 지지”를 공개 요청했다. 중국은 금년 하반기 시진핑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에 “상조(相助: 공동협력), 동주(同舟: 공동운명)” 등의 표현으로 한중 소통‧협력을 강조한다. 강대국 패권쟁투는 국제정치의 본질이다. 미중 사이에서 중립은 불가능하다. 미어샤이머가 표현한대로, 미중 충돌은 한국에게 나쁜 소식(bad news)이지만, 이제 선택과 결단의 “쓴 약”을 삼키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2020-06-03 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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