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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칼럼] UN 제재와 한국의 선택
[ 2017-08-09 01:07:42 ]
작성자
자유연합
조회수: 379        

UN 대북제재 결의 2371호가 진통 끝에 통과됐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북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중국의 ‘원유 금수(禁輸)’ 조치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주력 수출품목을 적시하여 최대 10억 달러까지 ‘돈줄’을 차단한 강력한 제재라는 점과 국제사회의 ‘북핵 불용’ 메시지를 천명한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번 UN 결의를 통해 중국의 북핵 전략을 분명히 알게 된 것은 중요한 소득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지렛대’ 사용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은 이에 맞서는 ‘밀당(밀고 당기는)’ 전술을 구사해왔다. 미국의 압박이 강해지면 미국의 요구에 양보하여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대신, 상황이 느슨해지면 다시 북한 지원에 나서는 전형적 ‘치고 빠지기’다. 7월초 북한의 ‘화성 1호’ ICBM 발사 때만 해도 UN 결의를 기피하다가 이번에 돌연 UN 결의안에 동의한 것도 미국이 꺼내 든 ‘통상법 301조’ 때문이었다. 전례없이 강력한 미국의 대중 무역보복을 두려워한 탓이다.

세계정세가 미·중 패권 구도로 서서히 정착돼가는 오늘날, 중국의 한반도 전략 복심(腹心)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장차 미국과의 세기적 패권 쟁패를 염두에 두고 러시아와 안보·경제 협력관계를 도모하는 한편, 북한을 한·미·일 견제를 위한 ‘앞잡이(proxy)’로 활용하려 한다. ‘완충 지대’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THAAD 배치에 대한 극렬한 반대는 결국 한·미 동맹을 분열시키려는 원려(遠慮)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해야 정확하다.

이제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제재로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당장 6차 핵실험이 “장전-거총” 상태로 준비완료 단계이고, 9월 9일 북한정권 수립일과 10월 9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기술이 한 단계 진보한 ICBM 추가도발이나 SLBM 발사 등이 도발 목록으로 확실시된다. 미 폭스 뉴스는 일본에 투하됐던 원폭보다 훨씬 강력한 수소폭탄을 6~18개월 내에 북한이 완성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의 예상을 4일 게재했다.

광기(狂氣)와 무모함의 화신이라 할 김정은의 핵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대통령 자신이 ‘전쟁 불사’를 공언하고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예방전쟁’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설파 중이다. 한편 미 재야에선 미·중 또는 미·북 직접협상론이 선풍처럼 부상하면서 미국사회 전체가 북한 핵·미사일을 놓고 열병을 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붕괴 이후 중국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중국에 약속하자고 했고,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엄포’를 중단하고 국무장관급 특사를 평양에 보내 협상의 실마리를 찾으라고 요구했다. 페리 전 국방장관도 ‘효과적이고 강압적인 외교’라는 명분 아래 중국이 채찍을, 미국이 당근을 제공하는 역할 분담안을 내놓았다.

극심한 안보 혼돈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코리아 패싱’ 논란이 불거진 지금, 보다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북핵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북핵 위협의 최대 당사자인 우리가 태평성대를 사는 듯한 안일한 자세로 이전투구식 내부 정쟁에 함몰돼 있을 때가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엊그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상정하면서, 30만~100만에 이르는 인명피해를 수반할 핵전쟁 참화 가능성을 상기시킨 것은 우리에게 울리는 강력한 경종(警鐘)이다. 북핵은 절대 저지해야 하나 전쟁은 막아야 하기에, 북핵의 원동력인 ‘자금줄’을 철저히 봉쇄하여, 시간을 벌어 역사적 필연인 북한 붕괴의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추구해 온 북한 ‘레짐 체인지’ 전략이 유효한 배경이다. 대북 심리전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시점이다. 기대 난망인 북한의 호의를 구걸하기 위해 정부가 대북전단 중단을 고려하는 것은 장고 끝에 나온 하책(下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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