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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럼]한국이 對北제재 ‘운전석’에 앉아야
[ 2017-11-07 11:03:35 ]
작성자
자유연합
조회수: 98        

홍관희 (고려대 교수·북한학)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3不’ 발언이 한·미 간 불협화음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내일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수사로 봉합된다 해도 미국의 대한(對韓) 의구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방어를 위한 THAAD 추가 배치, MD 상호운용성을 뜻하는 ‘MD 편입,’ 北 위협에 대한 안보 토대인 한·미·일 군사협력 3가지 모두에 대한 반대 시사는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기저를 뒤흔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장관이 공개 취소하거나 문책 퇴진해야 사태 수습이 가능하다. 미·중 빅딜을 언급했다가 경질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참모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균형외교”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혹독한 비판에 직면했던 ‘균형자론’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우리 외교·안보 노선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부적절한 용어다. 안보 기반을 한·미 동맹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 미·중을 균형과 등가(等價)로 놓을 수 없다. 미국과는 ‘동맹’, 중국과는 1단계 낮은 ‘선린우호’로 규정돼야 한다. 중국은 한·중 관계를 동맹에 훨씬 못 미치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핵위협을 대외정책 최우선 순위에 놓고, 선제타격과 외교·협상 옵션 외에 최고 수준의 ‘제재·압박’으로 북한을 옥죄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다행히 대북제재가 최근 ‘중국 장벽’을 넘어서며 예상 밖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안보 전방위 압박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을 막아낼 수 없음을 잘 안다. 중국의 실질적 협조가 없을 경우 미국은 군사작전을 실행에 옮길 태세다.

유엔 결의 2375호에 입각한 세계적 제재 포위망이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가운데, 지난 9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전년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단둥(丹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밀무역은 북·중 교역 전체의 2/3를 차지할 만큼 활발하다. 미 재무부가 지난 2일 애국법 311조에 근거해 단둥은행을 미 금융체계에서 완전 퇴출한 이유를 알 만하다. 중국은 “미 국내법에 의한 일방적 제재”라며 반발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금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을 요량이다.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은 이제 시작단계의 끝”임을 선언하고, 새로운 단계의 압박이 시작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특히 북핵 위기를 저지할 시간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면서 모든 나라가 평양을 압박해 핵포기로 유인할 수 있도록 가일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당초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는 1~2년 경과해야 실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미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할 만큼 뼈아픈 고통을 북한에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재 여파로 유가(油價)가 폭등하면서 “코앞에 닥친 적(敵)은 미국이 아니라 LPG가스”라는 루머가 회자되고 특히 평양 간부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유엔 결의 이후 지금까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허상(虛像)에 얽매여 아무런 구체적 제재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북한 핵·인권 문제의 최대 당사자로서 원칙적이고 공개적인 선도 역할을 일찍부터 담당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분배 불투명’으로 악명이 높은 북한에 8백만 달러 인도적 지원을 결의해 제재 공조에 역행하는 인상을 남겼다. 늦게나마 정부가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대북 제재에서 먼저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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