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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 일괄타결論 위험천만하다
[ 2018-03-16 19:52:54 ]
작성자
자유연합
조회수: 74        

[문화일보]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6일(金)

평화체제 일괄타결論 위험천만하다  
 
홍관희 성균관대 초빙교수 정치학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파로 알려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강경파로 분류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전격 기용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입각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흥미롭게도 북한은 외무성에 ‘수뇌회담 상무조’(태스크포스팀)를 운영하고 있다지만, 아직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수락 의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의 전략적 계산이 복잡해 보인다. 김정은이 실제로 핵 폐기 의사가 없으면서 한국 정부의 조급증을 활용해 거짓 술수와 책략으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 응한다면 그 결과는 대재앙으로 직결될 것이다.

지금 시중에서는 김정은이 과연 한국 대표단에 비핵화를 약속했는지가 화제다. 북한이 그동안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해 왔기에, 특사단이 백악관 측에 ‘북한 비핵화’ 의미로 잘못 전한 건 아닌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북측은 비핵화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거,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포기의 의미로 사용해 왔다. 또, 설사 김정은이 비핵화를 약속했다 하더라도 이를 행동으로 검증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라고 말한 직후 버젓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정권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끊듯 북핵 폐기와 체제 보장을 일괄타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이해가 안 된다. 북한 비핵화는 그 범위와 방법·절차, 검증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단계적으로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우리의 대응 수준을 결정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북한이 요구하는 반대급부, 예컨대 ‘체제 보장’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가. 표현이 ‘체제 보장’일 뿐 실제로 북한이 노리는 것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미군 철수 등 사실상 대한민국의 방위 태세를 무너뜨리는 조치들이다.

더욱이 문 정부는 한반도 안보의 핵심 주제인 평화체제 문제를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결말을 짓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평화체제는 현존의 정전(停戰)체제를 바꾸는 문제로, 남북 간 실질적인 평화 정착을 전제로 해야 한다. 지금처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 않고 평화체제 구축을 서두르는 건 북핵을 등에 지고 위장평화의 함정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정전→종전(終戰)’ 절차를 거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북한은 정전체제를 관리했던 유엔사령부의 해체와 외국 군대 미군의 철수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북한의 주장이 바뀌거나 우리가 북한 주장을 따르지 않는 한 평화체제 문제는 쉽게 합의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문 정부가 이 현안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 혹시 그동안 숱한 남북 접촉에서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국민은 의아해 한다.

때마침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철강 관세 대상에서 일부 동맹국을 안보적 동기에서 제외시킨 것을 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한(對韓) 무역 공세에 한국의 친중(親中) 경도 및 대북 유화 노선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동맹이 흔들리는 가운데, 북한의 행동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남북 일괄타결을 서두르는 것은 파국을 자초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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