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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민주화 세력, 현대사를 정의롭지 못한 역사라 주장"
[ 2021-07-05 10:59:38 ]
작성자
자유연합
조회수: 153        

[중앙일보] 입력 2021.07.05 00:02 수정 2021.07.05 00:57| 종합 5면 지면보기
김수정 기자

최장집 교수가 본 역사논쟁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촉발한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인식이 대선 국면을 관통하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한 이 지사의 주장은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다시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는 것. 앞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미군 점령군’ ‘소련군 해방군’ 언급 논란도 있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를 두고 “현 정부·여당의 조야한 역사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4일 전화 인터뷰에서다.
 
민주화운동 세력은 뭘 노리나
냉전 반공주의·친일세력 엮어 비판
그들만의 새로운 역사 세우기 시도
시대에 뒤처지는 조야한 역사 인식

‘점령군’ 표현은 왜 문제인가
미군 점령이 잘못됐다는 근거는
친일파 정권 만들었다는 것
미군 역할은 일본군의 무장해제

1953년 이전·이후 미군 틀리다?
건국·53년 이후 모두 이승만 정권
미군정과 주한미군 다르다는
이재명측 논법은 상호모순적

여권에서 현대사 문제를 잇따라 제기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문재인 정부를 관통하는 현상이다. 이른바 민주화운동 세력의 위험스러울만큼 단순하고도 조야한 ‘한국 현대사 이해’의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는 대선이 문재인 정부 시기를 통해 심화한 정치적, 사회적 갈등과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완화할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많은 사람을 실망시키고 있다. 더욱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그러한 역사의식과 함께, 지금 크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관계에 대한 균형적 관점이 요구되는 시점에 한국 현대사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진정 실망스럽다. ‘냉전 반공주의’와 친일 세력을 결부시키는 이들은 한국 현대사를 ‘냉전 반공주의’ 프레임으로 엮어 정의롭지 못한, 잘못된 역사라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냉전 반공주의’가 지배해온 잘못된 역사를 뛰어넘는 민주화운동 세력의 역사를 세우겠다는 건데, 이야말로 너무도 조야한 인식, 역사관이다.”  

이념 논쟁이 대선 핵심 축이 될 것 같다.
“냉전시기 반공이념은 보수냐 진보냐를 가름하는 기준이었다. 오늘의 국제정치 현실과 국내정치의 이념적 상황은 정치적, 법적 억압을 통해 운영되던 시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 변화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 시기로 회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용공이냐 반공이냐, 친북이냐 반북이냐, 친일이냐 애국이냐 하는 이분법적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그 자리에 대체해선 안 된다는 거다. 역사적 사실과 현실에 기초해 실현 가능한 것, 그리고 과거 역사적으로 실현 가능했던 것과 우리 힘으로는 실현할 수 없었던 것, 최선의 것과 최악의 것이 아닌 차선의 것, 가장 이상주의적인 것과 보다 현실주의적인 것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지평을 더 넓히고, 탈냉전시기 국제관계에 대한 균형적 지식과 관점을 발전시킬 때 가능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여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유력 인사가 역사를 냉전시기로 되돌리는, 양극화적인 역사 이해를 소환한 것이 정말 안타깝다.”

“미군은 점령군”이라고 말하는 것이 왜 틀렸나.
“과거 같으면 보수는 보안법으로 다스리려 하고, 진보는 그것이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정치 관계의 조건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국제정치 환경과 민주화된 국내정치 조건에서는 어떤 논쟁이든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지사는 친일 세력과 미군정을 묶었다.
“점령군은 전쟁에서 어느 일방이 승리했을 때, 패자의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신의 군사적 통치하에 둠을 뜻한다. 미군은 일본과의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뒤 한반도 남반부를 군사적으로 점령해 군정을 폈다. 여기에서 미군 점령이 잘못된 것은 없다. 한반도는 일본 식민통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무장해제를 위해 점령한 것처럼, 한반도에도 군정을 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소련의 북한 군사점령과 북한 통치는 잘못된 것이 없나. 남한은 친일파가 통치했고, 북한은 민족해방 지도자가 통치했기 때문에 정당성을 갖는다는 것인가.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한다면, 2차대전의 유럽 전선은 무엇인가. 미군의 점령이 잘못됐다는 논리로 친일파 정권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미군의 한반도 남쪽 군사점령은 친일파 정권 수립이 아니라,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한 것이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소련은 해방군’ 취지로 언급했는데.
“소련은 유럽 전쟁에서 중심적이었지만, 아시아대륙에서는 아니다. 스탈린이 1~2주 전 일본이 항복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대일 선전포고를 했다. 전후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한반도에 개입했다. 전쟁도 안 치른 소련군에 대해서는 점령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안 쓴다.”  

최 교수는 당시 미·소 간 냉전의 격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친일이냐, 반일이냐 하는 문제와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냐, 공산주의에 찬성해 그 체제하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냐 하는 완전히 다른, 더 복합적이고 더 중요한 선택이 우리를 강제하는 상황에 놓였다.  나치 독일이 패망할 때, 서부전선으로 진격한 미군과 영국, 프랑스 연합군이 서독과 서베를린을 점령한 것은 잘못된 것인가, 동부전선에서 독일로 진격한 소련군이 동독과 동베를린을 점령한 것은 잘한 일인가.”

이 지사 측은 야권의 비판에 “왜곡된 해석”이라며 반박했다.(이 지사 측은 ‘주한미군은 정통성 있는 합법 정부인 이승만 정부와 미국의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는 군대다. 미군정의 군대(점령군)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조인 이후 미군은 점령군이 아니다’는 건 궁색한 변명이다. 논법은 상호모순적이고, 설득력이 없다. 미군을 굳이 부정적 의미인 점령군으로 말한 건 ‘친일파 정권’ 수립과 엮었기 때문 아닌가. 건국 때도 53년 이후에도 이승만 대통령이 통치했다.”  
최 교수는 “한국현대사의 관점에 대해선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다”며 “그러나 그 말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콘텐트제작chief에디터 kim.sujeong@joonga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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