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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央논평]"合法을 가장(假裝)한 獨裁": K독재의 등장인가

Opinion : 최민우의 시선
K독재의 등장인가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00:24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K+벤처' 행사를 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5일 “K-테스트베드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K방역, K백신 등으로 재미를 보니 이젠 아무 데나 K를 붙인다. 원래 Korea의 K는 K팝, K푸드, K뷰티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대한민국 위상을 드높인 분야에 대한 일종의 헌사였다. 이를 문재인 정부는 국가 주도 정책이나 사업에 마구 쓰면서 K의 가치를 훼손시켰다. 정작 현 정부 들어 극심해진 실상은 감추면서 말이다. 바로 K독재다.

탱크로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엄연히 선출된 권력인데, 정적을 고문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독재냐고? 독재도 진화한다. 이른바 '신형 독재'다. 2018년 6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민주주의 지수가 계속 떨어진 국가는 89개국에 이른다고 전했다. (민주주의 지수가 상승한 국가는 27개국) 그러면서 구체적인 민주주의 퇴행의 단계로는 ①국가 위기 사태에서 국민은 위기 극복을 약속한 지도자에게 표를 몰아준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 ②이렇게 집권한 지도자는 쉴새 없이 가상의 적(적폐세력과 토착왜구)을 만들어내고 공격한다. ③집권세력을 가로막는 독립적인 기관(사법부·검찰·감사원 등)의 발을 묶거나 거세한다. ④언론을 장악해 여론을 조작(언론징벌법)하거나 선거법 개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위성정당) 등으로 국민이 집권세력을 몰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어떤가, 소름 끼칠 만큼 문재인 정부 출현 이후 한국사회 흐름과 판박이 아닌가.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3단계까지는 겉으로는 민주주의 국가의 형태를 띠지만, 4단계에 이르면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결국 민주당이 30일 강행 처리하려는 언론징벌법은 K독재 '연성(軟性) 파시즘'의 완결판이다.

세간엔 이미 '독며든다'(독재+스며든다)는 말이 횡행한다. 독재의 폐해는 어느새 우리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이다. 민주당의 완력으로 지난해 7월 말 시행 이후 1년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25.7% 상승했다. 법 시행 직전 3년간 연평균 상승률 3.1%보다 무려 8배 이상 올랐다.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평형임에도 신규와 갱신 전셋값이 2배나 차이 나는 등 괴이한 2중·3중 전세 가격도 시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이래놓고도 사과하는 민주당 의원은 아무도 없다.

돈보다 더 치명적인 건 서로 믿지 않는다는 거다. 전세는 한국만의 관례였다. 임대인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았고, 임차인은 월세를 내지 않은 채 전세금을 담보로 주거 만족도를 높였다. 양측 모두 윈윈의 공생이었다. 하지만 가격 상승률을 5%로 묶으면서 '시세보다 너무 싸다' '법대로 해라' '그럼 집주인인 내가 들어가 살겠다' '내용증명 보내라, 이삿짐 풀면 나가겠다' 등 임대인과 임차인은 이제 적이 됐다. 민주당이 현재 밀어붙이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의료법 개정안)의 기본 전제도 '의사를 믿을 수 없으니 카메라를 설치하자'다. 신뢰 붕괴와 감시 강화는 독재 국가의 단면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중단도 비슷하다. 가계 대출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했다면,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과 협의해 선제적으로 관리 조절했어야 한다. 느닷없이 대출을 옥죄는 건 빵 100개를 쌓아두고서 처음 온 이들에겐 10개, 20개씩 턱턱 내주다가 빵 떨어지니깐 '이젠 없어, 다음에 와'라고 내쫓는 꼴이다. 전형적인 관(官)의 횡포다. 별안간 자금줄이 끊긴 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행여 계약금을 날릴까 봐 속을 까맣게 태워도 관료는 천하태평이다. 국민은 개·돼지요,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권력의 눈치만 살피기 때문이다.

386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진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상임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386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진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상임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는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의 '허울'은 유지하면서 그것의 '실질'은 도려낸다. 민주주의의 전복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하나같이 합법을 가장한다"(『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고 설파했다. 검찰개혁이란 미명 하에 검찰의 수사력이 파괴되면서 이제 현 정부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대한민국 집단은 100석 남짓한 야당과 언론뿐이다. 그나마 남은 견제의 한축인 언론을 K독재는 징벌법으로 와해시키려 한다. 입법·행정·사법에 이어 제4부라는 언론마저 틀어막히면 이후 수순은 댓글과 페이스북 등 개인 SNS 통제다. 김어준 같은 친여 매체만 활개칠 것이다. 검열과 보도 통제가 일상화된 중국은 우리에게 먼 미래가 아니다. 훗날 코로나가 끝나도 마스크는 벗을지언정, 우리는 계속 입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2021-08-27 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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