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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선제공격 옵션과 한국의 “전쟁 반대”
[홍관희]

중국이 우리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운명적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중대한 오(誤)인식이다

Written by. 홍관희   입력 : 2017-12-18 오전 10:09:53

美 CIA(중앙정보국)가 북한의 핵·ICBM 완료 ‘데드라인(deadline)’을 2018년 3월말로 설정하고,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러한 정보 판단에 입각해,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반도 전쟁 위기가 매일 증대되고 있으며, 시간이 없다”고 경고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해 ‘깜짝 뉴스’가 생산됐으나, 이내 백악관이 “지금은 대화 시기가 아니며, 대북정책에 근본적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화 제의’는 틸러슨 장관의 개인적인 소신 발언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습이다. 틸러슨 자신 역시 12월 15일 UN 안보리 장관급회의 연설에서 앞선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면서, 북한 핵보유 수용 不可 방침을 분명히 하는 한편 중·러가 지지하는 ‘쌍중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핵심 외교·안보 담당자들은 북한의 ‘先 핵·미사일 포기’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해오고 있다. 그리고 내년 3월말까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예상대로 북한이 美 본토를 공격할 핵탑재 ICBM 능력을 확보할 경우, 이를 무력으로 선제타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쟁을 가능한 한 피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의 압박·제재를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미국의 북핵 기본 전략은 ①북한을 선제타격할 군사적 준비를 완료하고 ②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을 압박해 북한에 대한 원유 금수(禁輸)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동시에 ③선제공격에 앞서 저강도 군사옵션인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이나 해상봉쇄(naval blockade)를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미 미국은 해상차단을 위해 ‘미국과 동맹 4국(Five eyes: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이 이니셔티브를 취하되, 한국 등에도 참가해 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은 거부에 가까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상기 언급한 대로, 미국은 중국이 제의하는 “쌍중단(北核개발과 韓美훈련의 동시 중단)”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 이유로선 韓美훈련을 중단한다고 해서 핵개발을 중단할 북한이 아니며, 특히 북한은 과거 핵합의를 해놓고 이를 위약(違約)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을 신뢰할 수 없을 뿐더러 자칫하다간 한국의 방위태세를 무너뜨릴 위험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놀랍게도 국내에서 이해찬 前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쌍중단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발언해 충격을 주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핵 능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나갈 때라며 호전적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대내외에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 의지와 관련, 선딩리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12월 16일 “북한은 풀을 먹는 일이 있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쌍중단’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물론 사실상 북핵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한국의 방위태세만 흩트릴 수 있는 위험한 계략임을 알 수 있다. ‘쌍궤병행’ 역시「비핵화-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쌍중단·쌍궤병행’ 음모가 한국의 국가안보에 정면 배치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선제공격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해병대 상륙훈련과 美 본토 해병대의 일본 진주, ‘죽음의 백조’ B-1B의 DMZ 以北 정찰, 11월초 트럼프 아시아 순방 전후 3개 항모전단의 한반도 전개 훈련, 12월초 260대의 사상 최대 韓美 항공기 동원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 F-22와 F-35 랩터 전폭기의 북한 핵심 타깃 폭격 훈련, 12월 15일 ‘둠스데이(심판의 말)’로 불리는 핵전쟁 지휘통제기 E-4B의 주일 미군기지 도착, 美 MRAP(지뢰방호 장갑차)의 부산항 입항, 美 본토 주둔 정찰기의 일본 이동 등 “조용히 분주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美軍의 움직임이 숨 가쁘다.

해외 방위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북폭(北爆)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불필요한 不安과 우려는 금물일 것이다. 그러나 우방국인 미국의 북핵 해결 의지가 확고함과 이를 위해 군사적으로 준비하는 모습과 내용은 알고 있어야 한다.

美軍의 비상한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군사옵션을 준비하라”는 명령과 “fight tonight”(오늘밤 싸울 준비) 정신에 입각한 만반의 전쟁준비 태세로 보아야 한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철회될 가능성이 전무(全無)한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지는 극도로 좁아지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4일 韓中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전쟁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韓中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 전쟁 不容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 등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北京大 연설에서 “중국몽(夢)은 중국만의 꿈이 아니며, 아시아 나아가 전 인류의 꿈”이라고 찬양하고, ‘한국이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몽(夢) 실현을 위해 높은 봉우리인 중국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몽(夢)이란 시진핑이 내건 ‘대국ㆍ군사굴기’에 기반한 중국 팽창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美中은 현재 치열한 패권 쟁투를 벌이는 중이다.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의 팽창주의 전략을 미화·지지하고 나섰으니,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장 우리에게 닥쳐 올 문제는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쟁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은 美日 동맹군 중심으로 작전을 전개할 것인가? 문 정부가 미국의 군사옵션에 불참한다면, 한반도 전쟁 시 韓美연합사가 가동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의 선제공격은 북한의 반격을 유발함으로써 한반도가 전장(戰場)화되는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물론 전문가들에 따라선 미국의 강력한 첨단무기에 의해 한국에 피해를 거의 주지 않고 작전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쨌든 전쟁 상황에 대비해 韓美 양국은 동맹국으로서 치밀하고 물샐틈없는 공조를 해 나가야 한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함께 가야(go together)’ 한다. 핵무기도 없고 핵방어 능력도 없는 우리가 핵을 보유한 북한에 맞서면서 중·러의 한반도 팽창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은 오직 韓美 동맹에 기반한 韓美 연합방위태세이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韓美가 북핵 위기에 분리 대응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맹목적인 ‘친중(親中)’ 선입관이 집권층에 팽배해 있다. 중국이 우리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운명적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중대한 오(誤)인식이다. ‘지리적 동반자’는 옛날 개념이다. 21세기 세계에서는 통신·교통의 획기적 발달로 인해 지리적 위치가 국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극히 미미하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중국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故 시아누크 캄보디아 총리의 1960년대 인식은 시대착오적 어리석음의 발로였다.

중요한 것은 지리적 위치와 같은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이념과 규범에 입각한 가치관·세계관 등의 본질적 요소다. 자유민주·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韓美 동맹이 소중하고 앞으로 더욱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현재 중국의 정치는 아직도 공산당의 ‘민주집중제’ 조직 원리에 의해 통치되는 권위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비록 경제 분야에서 자본주의를 과감히 도입해 세계 2강 대열에 진입했다고는 하나, 이번 韓中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중국의 외교와 의전(儀典)은 과거 왕조시대 ‘중화(中華)’ 중심의 자만과 고압적 태도를 답습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보인 야만적인 記者 폭행과 한국 멸시 행태를 계기로, 한국 외교는 그 기본 원칙과 방안을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konas)

홍관희 / 고려대 교수
2017-12-18 21: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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