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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성현]美中 장기 무역전쟁 돌입한 중국의 속내

동아일보 원문 l 입력 2019.01.04 03:00  

동아일보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미중 무역전쟁이 ‘90일 휴전’ 중이지만 중국이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내부적인 움직임이 포착된다. 처음 중국은 미국의 강공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미중 관계에서 종종 겪었던 ‘늘 있던’ 사건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실사단이 미국에 건너가 직접 여론을 수집했더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감정이 ‘불만’이 아닌 ‘분노’이고, 중국에 바짝 추격당했다는 ‘불안’이며, 심지어 민주주의 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대립 양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의 길을 트자 이를 ‘독재국가’로 들어선 것으로 평가하는 여론도 팽배했다.

필자가 만난 한 실사단 일원은 필자에게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3개로 분석했다. 첫째, 미국 공화당과 군부를 중심으로 한 ‘매파’이다. 중국이 세계 2위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을 위협한다고 인식한다. 둘째, 민주당의 전통적인 대중국 정서를 대표하는 ‘자유파’다.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부여받은 국가가 됐음에도 여전히 민주국가, 인권국가가 아니라는 점에 분노한다.

마지막으로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자본파’다. 이들은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 게임을 하더라도 손익을 냉정히 따져보면,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게 낫다고 본다. 미중 간 관세전쟁이 시작된 올해 6월 테슬라는 연간 5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중국 상하이에 짓기로 했다. 중국은 회유 불가능한 그룹으로 ‘매파’와 ‘자유파’를 분류하고, 가장 친중국적인 ‘자본파’를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연계해 미중 갈등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 전략도 짜고 있다. 바로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화’ 전략인데 이를 중국이 고립주의를 택한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중일 3국, 동남아, 유럽으로 나뉜다. 이를 3개 ‘전선(戰線)’으로 삼아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중국은 이 전략이 성공할 것이란 낙관론으로 선회했는데 일본과의 급격한 관계 개선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중국 최초 수입박람회에 미국 기업들이 불참하자 그 빈자리를 바로 일본 기업들이 꽉꽉 채웠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면 중국 편으로 견인할 수 있고, 대중국 봉쇄에도 공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을 배제한 중국 중심 세계화 전략은 단기적으로 난관에 부딪힐 테지만 중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앞으로 5년간 중국은 힘들겠지만 살아남아 강해질 것이므로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자신감이다.

지난해 12월 18일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은 ‘상상하기도 힘든 위험’에 대응해 ‘공산당 통치’와 ‘경제개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공산당 집권을 강화하면서 경제 개방을 통해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선언이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포지셔닝’이 가장 힘든 국가가 될 수 있다. 강대국들은 중간에 위치한 국가들에 ‘선택’을 강요하는 오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을 새기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2019-01-04 05: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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