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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럼]적장(敵將)의 허언(虛言)을 믿어선 안 된다
[홍관희]

홍관희 (성균관대 초빙교수·정치학)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4월 19일 언론사 대표 간담회에서 말했지만, 20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은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핵무기 병기화 완결”을 선언하여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했고,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발표함으로써 핵폐기가 아닌 ‘동결’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를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 선언”이라고 평가했으며, 윌리암 페리 전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비핵화 일정을 늦춰 대북 압박을 흐지부지되게 만들려 한다고 우려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부상하고 있다. 백악관 역시 CVID(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구체적 조치 없이 핵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면서 대북 제재·압박 지속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북한 입장을 전달했지만,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자가 무슨 근거로 그런 믿음을 갖게 됐는지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비핵화 문제에 관해 엇갈린 주장이 나오듯,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2000년 6·15 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이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에 동의한다’고 말했음을 국민 앞에 공언했었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그 후 때를 가리지 않고 미군철수 주장을 펼쳐왔다.

김정은 자신도 지난 7차 당대회 보고에서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 군대와 전쟁 장비들을 모두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동신문은 금년 3월 14일에도 “미제침략군의 무조건적인 철수”를 선동했다. 그럼 북한은 왜 이처럼 엇갈리는 발언을 해오는 것일까? 한마디로 미군철수라는 대남 기본전략을 바꾸지 않으면서, 화해무드에 젖어있는 남한의 일부 지도층 인사들을 현혹하고 선전도구로 삼으려는 기만전술로 파악된다.

이 와중에 문 정부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 명분으로 선제적 대북 양보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평화협정 추진은 분명히 우리 안보의 근간인 유엔사령부와 주한미군의 해체 및 철수를 촉진하는 부정적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지난 수십 년 금기시돼 온 현안이다. 북한 주민과 장병들에게 ‘자유’의 전달 창구 역할을 해오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한 것은 강력한 협상 카드를 미리 포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지탄 대상이다.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예정인 비무장지대 경계초소(GP) 및 중화기 철수도 북한의 공세적 군사전략과 한국의 방어 중심전략을 감안할 때 서두를 사안은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북한의 4·20 노동당 결정은 비핵화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시간벌기 책략에 면밀히 대응하고 있어 다행이다. 최단 기간 내 전면 핵폐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회담 결렬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북한의 생물·화학무기와 한반도 겨냥 핵탑재 중단거리 미사일을 문 정부가 거론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이 문제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공식 거론해 양국 공조 방침이 결정됐다. 미 언론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BI)의 지적대로,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편향되게 세계에 전달해선 안 된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적장(敵將)의 허언(虛言)을 믿는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선 실격이다.
2018-04-26 17: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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