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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아부 외교’ 성공하고 있다
[홍관희]

[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2일(金)
김정은 ‘아부 외교’ 성공하고 있다
   
홍관희 성균관대 초빙교수 정치학

미국과 북한의 6·12 정상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핵화를 위한 양보 불가의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합의문에 명문화되지 못했고, 그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시간표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무 협상에서 북측의 완강한 거부가 있었으리란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거부 의지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를 앞세운 용어 혼란 전술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협상으로 유인하는 한편, ‘체제 보장’을 호소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를 상대로 한 김정은의 ‘아부 외교(flattery diplomacy)’가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회담을 앞두고는 3인의 미국 인질을 석방했고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를 폭파하는 쇼도 벌였다. 또, 200구의 6·25 참전 미군 유해를 송환할 예정이다. 이는 실질적인 비핵화와는 관계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好意)를 얻어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가 아닌, 일시적 동결(凍結)을 통해 트럼프의 비핵화 예봉을 피하려는 책략을 구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중국의 외교부 당국자조차 북한이 핵 활동의 완전 중단을 공식 선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동결에 뜻을 두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그러므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쉽게 신뢰해선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6·12 싱가포르 합의의 불비(不備)함을 극복하기 위해, 향후의 실무회담에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트럼프-김정은 간 직접 통화를 시도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재입북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가능한 한 미국과의 후속 회담을 꺼리고 이를 미루려 한다.

특히, 지난 19∼20일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과 3차 북·중 정상회담은 앞으로 있을 미국의 비핵화 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버팀목으로서 항미(抗美) 공동전선 구축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 ‘하나의 참모부’ 소속임을 강조하며 강력한 북·중 군사적 혈맹을 복원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시진핑은 북·중이 “천하무적”이라 화답하며, 북한과의 군사 동맹을 미·중 패권 쟁투에 활용하려 한다.

만약 미·북 비핵화 실무회담이 실패로 끝나면,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이다. 때마침 북한의 불투명한 태도를 간파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이 핵·생물화학 무기와 각종 탄도미사일의 포기를 위한 결정적이고 극적인 선택에 직면했다며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북한이 6·12 비핵화 합의 이행을 지연시킬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전례 없이 강력한 ‘끝장 보기’ 군사 옵션을 실행에 옮길지 모른다. 아니면 정반대로 ‘평화협정→미군철수’로 이어지는 대타협에 전격 임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지금은 한국 사회가 미·북 합의에 흡족해하며 평화 분위기에 탐닉해 있을 때가 아니다. 당사국인 한국이 앞장서서 비핵화 실천 조치를 북한에 요구하며,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8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훈련이 유예된 마당에 한국군 단독의 태극연습마저 연기한 것은 정부의 국방·안보 인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군(軍)은 훈련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북한은 변한 것이 없는데 우리만 안보 허물기에 나설 때,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앙이 엄습할 수 있다.
2018-06-22 12: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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