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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예멘 내전이 한반도에 주는 교훈
[홍관희]

입력 :  2018-11-12 04:02

[한반도포커스-홍관희] 예멘 내전이 한반도에 주는 교훈 기사의 사진 예멘 내전의 참상이 이를 바라보는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전 발생 후 사회 질서가 거의 붕괴되면서 약 3000만 인구 중 1800만명이 기아 상태에 처했고, 난민 200만명이 발생했다. 2015년 이후에만 민간인 1만6000여명이 죽거나 다쳤는데 어린이들의 희생이 커 ‘생지옥(living hell)’으로 불린다. 21세기 최악의 인도적 비극인 셈이다.

예멘은 아라비아반도 남단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으로서 오랫동안 단일 민족 국가로 존속해 왔으나,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면서 분단 상황을 맞았다. 이후 남북이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갈등과 대립이 날로 격화됐다. 이 와중에 예멘인들은 통일에 대한 환상을 품고 일련의 남북 협상과 정상회담을 거쳐 통일헌법을 마련하고 1990년 5월 합의 통일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통일된 예멘은 남북 국경을 완전 개방하고 권력을 안배해 정부 조직을 1대 1로 균분하는 등 실질적 통합을 시도했지만 정치지도자들 간 정국 주도 다툼과 특히 군사 통합의 실패로 무력대결과 내전으로 귀결하고 말았다. 여기에 주변 강대국이 개입해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현재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 간 대리전이 진행 중이며, 각종 전폭기 및 미사일 등이 동원되는 대규모 살육전 양상마저 띠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세력이 잠입해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대테러 군사작전이 가세해 그야말로 혼란의 극치다.

예멘 내전이 우리에게 주는 최대 교훈은 민족을 앞세운 이상적 통일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점이다. 안보 현실을 망각한 ‘민족’ ‘통일’ 도박은 자칫 자멸을 부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자유민주체제와 수령 독재 간 합의 통일이 연목구어만큼이나 어려울 것임을 강력히 시사해준다. 예멘은 또한 약소국이 동맹을 갖지 못했을 때 주변 열강의 먹잇감이 된 비극적 사례의 전형이다. 구한말 열강에 희생된 한반도, 2차 세계대전 직전 분할된 폴란드, 2014년 크림반도를 빼앗긴 우크라이나의 경우도 매한가지다. 문재인정부의 무리한 ‘김정은 연내 답방→종전선언’ 시도는 한·미동맹을 해치고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주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경우 주한미군 군사 태세와 관련한 협상이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정은의 “종전선언은 미군 철수와 무관하다”는 언급을 인용하며 걱정할 것 없다는 안이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의 자비심에 우리 안보를 맡기는 위험한 상황 인식 아닌가.

뿐만 아니라 남북 간 군사합의가 무모하게 비준돼 우리 안보·국방 태세 이완이 심각한 수준이다. 검증 수단이 없어 북한이 합의를 실천하는지 알 수 없음에도 우리만이 비대칭 군축을 강행해 국가안보를 치명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해 평화수역을 설정하면서 북방한계선(NLL)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남북 군사합의서의 위법성과 이적성을 지적하는 배경이다. 이참에 북한은 ‘미국의 공격 표적이 될까봐 핵 신고를 못 하겠다’는 적반하장식 주장까지 편다. 북한이 성실하게 ‘핵 신고→비핵화’ 과정을 밟으면 북한을 적극 지원해 체제 번영을 돕겠다는 것이 6월 미·북 정상회담을 수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입장이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핵화 거부를 위한 다양한 구실을 찾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끝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 일각에선 북한 정권 교체론마저 재거론됐다. 비핵화 의지가 없는 김정은 정권과의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 도래할지 모른다. 지금은 ‘선 제재 완화’ 등 북한 편향 외교 중재를 할 때가 아니다. 안보 재앙에 직면하기 전에 하루빨리 동맹 중심으로 돌아서야 한다.

홍관희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31591&code=11171395&sid1=col&sid2=1395
2018-11-12 18: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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