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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칼럼]北核 리얼리티 쇼가 가져올 재앙들
[홍관희]

北核 리얼리티 쇼가 가져올 재앙들

홍관희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6‧30 판문점 미북 정상 회동이 북한 비핵화에의 실질적 성과 없이 리얼리티 쇼로 끝났다는 분석이 대세다. 오히려 세계무대에서 폭정의 주체인 김정은의 위상을 높여주고 그에게 ‘합법성(legitimacy)’을 부여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2020년 대선에 활용하려 한다는 것 역시 분명해졌다.

북한 핵무장이 현실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반도는 어떻게 될까’라는 실존적 질문에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다.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 등이 강력 부인했지만 뉴욕타임즈 등 미 언론이 제기한 ‘북핵 동결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단계적 비핵화와 ‘북핵 동결’을 공식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현재 비핵화를 위해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미국이 평양연락소 개설을 염두에 두는 듯하나 개방 자체를 두려워하는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보다는 핵보유를 전제로 미국과 상호 핵군축 회담에 나서리라는 것이 가장 개연성 높은 로드맵이다.

국내에서 표출되는 평화 담론이 김정은의 오판(誤判)을 불러 올 소지 역시 다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직후 “새로운 평화시대”와 “사실상의 종전”을 선언했지만, 도리어 안보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북 인식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개인사든 국정(國政)이든 비(非)정상이 반복‧축적되면 종국에는 감당 못할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안보의 기반이 결여된 사이비 평화 무드가 지속될 경우, 천안함 폭침에 직접 관여했던 김정은이 기습 도발에의 강한 유혹을 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에서 북한의 5월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별 것 아닌 것으로 평가절하한 것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독일의 디벨트(Welt)지는 오사카 G20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략미사일제한 회담을 제의한 사실을 환기시키며, 미국이 ‘판문점을 뛰어넘는 세계 미사일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미사일제한협정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여기에 포함시켜 다루려 한다는 해석이다. 이 경우 미국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고 그 거론을 꺼릴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과거 약소국과의 “지엽적인(marginal)” 이해관계 때문에 강대국 간 대타협이 지장을 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이 대남 위협 및 도발에 있어 핵무기를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곧 대규모 보복을 불러와 정권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는 전면전보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제한전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방한계선(NLL) 해역 등의 취약지구에서 핵무기를 앞세워 국지도발을 감행해 전략적 이익을 확보한 후 정전 또는 종전을 선언하고 그 이익을 굳히려 할지 모른다. 이 경우 핵전쟁 공포에 휩싸인 상대방(한국)이 낮은 수준의 도발을 수용하도록 ‘확전통제(escalation control)’를 도모할 수 있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 침공과 시리아 내전 개입 시 활용한 것으로 분석되는 “확전통제 도발(escalate to de-escalate)” 모델을 북한이 벤치마킹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

핵무장한 북한이 저(低)강도 도발을 강행할 때, 공포의 균형을 이룩하지 못한 한국으로선 충돌 회피 전략과 극단적 유화 태도로 가기 십상이다. 북핵 위협을 외면하는 문재인 정권의 평화지상주의 전략이 대한민국의 안보 역량을 근저에서 무너뜨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새로운 독립변수로 받아들이며 자국안보 중심 전략으로 선회하는 중이다. 이번 판문점 회동에서의 김정은 치켜세우기는 그 변화의 상징일 뿐이다. 그나마 미국이 대북제재 유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서울경제 한반도24시]
2019-07-08 06: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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