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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차 KIMA FORUM]북한의 ‘새로운 길’선택과 대응방향’
[홍관희]

⚫ 일시 : 2020.1.31.(금) 10:00~13:30
    ⚫ 장소 : 한국군사문제연구원 1004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Korea Institute for Military Affairs
               
              포럼진행 시간계획

❍  10:00~10:05 (5분)  : 참석자 소개 및 진행설명(기획홍보실장)
❍  10:05~10:35 (30분) : 주제발표(총괄 : 홍관희 박사)
❍  10:35~11:05 (30분) : 주제발표(경제관점: 임을출 박사)
❍  11:05~11:30 (25분) : 지정토론(2명, 각 15분)
❍  11:30~12:00 (30분) : 종합 질의/토의(기획홍보실장)  
❍ 12:00~11:15 (15분)  : 원장 환영사(객원연구위원 운용취지)
❍ 12:15~13:15 (60분) : 오찬(밀리토피아 호텔)

                       
    주 제  발  표

북한의 ‘새로운 길’ 선택과 우리의 대응방향
                          홍관희 (KIMA 객원연구위원/성균관대 초빙교수)

【목  차】
         
       I. 서론
       II. 북한의 ‘새로운 길’ 선택
       III. 동북아의 新냉전 구도
       IV. 中東 정세 악화와 한반도
       V. 결론: 우리의 대응방향

I. 서 론

북한 김정은이 2019년 신년사로부터 12월말 노동당 전원회의에 이르기까지 간단(間斷) 없이 강조해 온 ‘새로운 길’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마디로 미북 협상이 북한의 뜻대로 진척되지 않을 경우―특히 미국이 제재완화를 하지 않을 경우―핵‧미사일 및 신형 전략무기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협박성 대외전략의 표명이다. 2020년 새해 들어서서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고집하면, 핵실험 및 ICBN 실험발사 중단 약속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면서, “새로운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주용철 북한 제네바 대표부 참사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군축회의에서 언급한 내용 참조. ‘새로운 길’과 관련된 북한의 진의가 드러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조유라, “北주용철 ‘美 잔인한 제재…비핵화 약속 지킬 필요 못 느껴,’” 「동아일보」, 2020.1.21.

김정은 정권이 언급한 이른 바 ‘크리스마스 선물’ 또는 연말을 시한으로 한 중대 조치 등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군사적 대응으로 중단 또는 유예된 상태이다. 2019년 말 미국은 김정은의 ’새로운 길‘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첨단 정찰기와 전략 자산을 한반도 해역에 전격 포진시켰고, 한반도에 2017년과 같은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은 북한이 ‘새로운 길’ 미명하에 도발을 자행할 경우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대응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결국 힘에 의하여 도발이 억제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비핵화 협상 역시 기대 난망 수준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 다양한 협상 테크닉으로 미국을 기만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미국이 제재 완화 등 대북정책에 태도 전환이 없을 경우,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움(moratorium)을 파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용준 前 외교부 북핵 대사 “핵‧미사일 모라토리움 파기 마지막 수순만 남아,” 「신동아」, 2020년 2월호 참조

예컨대 당면한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일단 유엔 및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려 한다. 그리고 시간을 벌어 핵 무장력을 더욱 증강시킨 후, 오랜 대남 책략인 종전선언-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미군철수를 이끌어 낸 후에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한편 동아시아 국제정세가 격동을 거듭하면서, 지금까지 이 지역의 안정을 유지시켜 온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이 흔들리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현실화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다. 북한은 이러한 동북아 신 냉전 구도를 활용해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적 ‘게임 체인저’ 역할을 넘보고 있다. 곧 핵‧미사일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전개시키는 한편, 북중러 3각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반미 통일전선을 구축하려 한다. 이에 따라 ‘민족자주’와 ‘민족공조’ 노선을 선동해 한미 동맹을 균열시키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파탄냄으로써, 대한민국을 외교‧안보적으로 고립시키려 시도한다.

이렇듯 절박한 외교‧안보 국제환경 속에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내부단결을 기함과 동시에 금과옥조와 같은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유지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정글과 같은 국제관계에서 안보의 ‘상호의존’ 곧 집단방위(=동맹)에 속하지 않는 나라는 살아남기 어렵다. ‘자주’는 그 단어가 갖는 고아함과 영광스러움을 제외하면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칫 망국을 자초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하기조차 하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충돌한 중동 정세는 약소국이 힘의 공백 지대화 할 때 주변 강대국의 대리전장화 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이 재앙의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해 준다.

이 글은 북한의 ‘새로운 길’ 전략이 지난 해 어떻게 수정‧변화되어왔는지, 동북아 신 냉전구도 속에서 북한의 전략이 주는 안보적 함의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우리의 외교‧안보 대응전략 방향은 무엇인지 점검해보려 시도하였다.

II. 북한의 ‘새로운 길’ 선택

1. 2019년 신년사에 나타난 김정은의 ‘새로운 길’

북한 김정은은 이미 2019년 신년사에서 미국과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당시는 2019년 2월 미북 간 하노이 회담 개최 이전임에 주목해야 한다. 그만큼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 다루기에 자신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와의 남북공조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인식을 가졌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2019 신년사에서는 북한의 변함없는 ‘주체-자력갱생-사회주의’ 건설 의지가 일관되게 나타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표현을 보면,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 “사회주의제도를 침식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의 크고 작은 행위들을 짓뭉개버리기 위한 투쟁의 열도를 높여야한다” 등이다.

한편 남한에 대하여는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용하여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면서, 최대한의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는 욕망이 잘 나타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보면,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라 외세와 합동군사훈련 중단, 외부로부터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도입중지를 요구”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를 무력으로 담보”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미국에 대하여는 북한의 이러한 정책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곧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압박이 계속되면, 핵‧미사일 전략 무기 개발을 획기적으로 달성하는 한편, 트럼프와의 톱다운(top-down) 방식 곧 미북 정상 간 직접담판을 통해 위 목적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보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면서도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으며, “완전한 비핵화는 당과 공화국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김정은)의 확고한 의지”라고 언급함으로써 거짓 비핵화의 기만전술을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새로운 길’이란 ①핵무장 전략을 지속하면서 ②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아부외교(flattery diplomacy)를 통해 ‘제재완화-종전선언-평화체제’를 유도하여 실현해 나가되, ③미국이 자신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2019년말이란 시한을 정해 ICBM 도발 등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을 협박한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2.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새로운 길’ 변화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전격적인 결렬 이후 김정은의 대외 군사안보전략 구상은 근본적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선 미국이 순순히 북한의 협박전술(벼랑끝 전술)에 넘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미북 중재 역할이 별무 소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레토릭을 사용해 온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구상을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20년 1월초 김정은 생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전달한 사건을 전후해서는 “남조선 당국이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 참조(2020.1.11.) 또한 「중앙일보」, “北  새해 첫 담화서 文 운전자론 비난...”주제넘게 북미 껴들어,“ 2020.1.11.
라고 조롱했다. “남조선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여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비방하는가 하면, “스스로 제 발에 족쇄를 채우는” “미국 상전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식민지 하수인의 가련한 처지”라며 대남 비난을 지속해왔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담 결렬 조치에 강렬한 충격을 받은 김정은은 2019년 내내 ①기본적으로 미북 협상을 외면하지는 않되, 큰 기대는 걸지 않으며 ②대신 “자위적 억제력”으로서 핵‧미사일 및 다종의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③문재인 정부와의 남북관계 및 민족공조 방향에 기대를 걸지 않으면서 ④미국에 대항하는 국제적 통일전선전략의 큰 구도 속에서 중러와의 군사‧경제 협력과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결국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새로운 길’은 ‘전략적 핵 억제력 강화’ 기조 하에 사실상의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면서, 한국을 제쳐 놓은 채, 미국과의 대결 상황에 입각한 동북아 新 냉전을 염두에 두는 장기 전략구상 형태로 전개되어 온 것이 특징이다.

요약하면, 북한은 ‘조선(한)반도 비핵화’라는 위장 슬로건 하에서 북한 비핵화를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핵협상을 공공연히 거부하고, 내부적으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중러와의 연대를 통해 미국이 추진하는 최대한의 대북제재 및 군사적 옵션 압박에 대항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곧 동북아 신 냉전 국제정세의 큰 전략적 구도 속에서 남북관계로부터 얻어낼 것으로 기대되었던 경제적 혜택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3. 2019년 12월 제7기 5차 노동당 전원회의의 ‘새로운 길’ 재정립

김정은 정권은 2020년 1월 1일 예년의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는 대신, 전원회의 결과를 언론매체에 보도하는 형식으로 신년 구상을 천명하였다. 「노동신문」, 2019.12.31. 보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발표된 ‘새로운 길’이 동년 2월 하노이 미북회담의 결렬로 수모를 당하고 그 실행이 어렵게 되자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해, 김정은 단독의 신년사대신 전원회의의 집단적 결정 형태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진아, “북한 노동당 7기 제5차 전원회의의 함의와 2020년 북한 정세 전망,” KIDA, ROK Angle, p. 2 참조.


가. 체제목표 불변하면서, 정면돌파로 장기전 구상

이번 전원회의 내용 중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전통적인 체제목표와 기본전략에 하등의 수정이나 변동 없이 2020년 북한이 당면한 숱한 난제들을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구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적들의 제재 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해야 한다” “우리의 전진을 저해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 등의 표현에서 이를 알 수 있다.

결국 이번 전원회의 결과의 핵심은 김정은 통치에 있어서 ‘주체’의 큰 틀에 근거하여, ‘강대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self-reliance)으로 돌파하겠다’는 전통을 재확인한 점이다. 이는 곧 미국의 대북제재 및 군사적 압박에 굴하지 않고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며, 이에 따라 자력갱생-정면돌파로 핵‧미사일 무력의 고도화를 기하면서, 미국과의 장기전 태세에 돌입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가겠다”는 표현에서 이러한 의도를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북한의 체제목표는 최상위 문건인 노동당 규약 전문에 실려 있는 바,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는 것을 체제의 1차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홍관희, 「한반도 전쟁」 (자유민주, 2018.3), pp. 132-134.

더 나아가 체제의 최종 목표를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의 건설”에 두고 있다. 결국 북한은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주체사상‧공산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북한 주도로 통일하는 것을 체제 목표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체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도구로서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

나. 개혁‧개방 기대 난망: ‘자력갱생’ 강조

전원회의에서의 김정은의 ‘자력갱생’ 강조는 한국민과 국제사회가 염원하는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것으로, 김일성 이후 깊게 뿌리내린 3대 세습체제의 경직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공산주의 체제전환 사례를 보면, ①동유럽과 소련의 급격한 자본주의 전환, ②중국‧베트남의 자체 개혁‧개방에 이어, ③쿠바마저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실상이다. 오직 북한만이 화석(化石)화된 주체‧유일사상에 함몰되어, 구조적 체제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이러한 경직성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해 나라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혁명신념” “자력갱생, 자급자족하자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우리 사업은 지난날의 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등의 표현에서 발견된다. 특히 “국가경제의 발전 동력이 회복되지 못해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띠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 등 자체 비판의 모습도 주목을 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이 장기적 제재 국면을 기정사실화했다”고 평가했다. 한기재, “김정은 ‘버티기’ 선언...‘허리띠 졸라매더라도 자력번영,” 「동아일보」, 2020.1.2.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식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1년 간 성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과의 장기 대치 상황을 각오하며 체제목표를 변동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진아, 전게서.

다. 비핵화 거부하며, 종전선언-평화체제 지속적으로 추구

트럼프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이 본격 시작된 2018년 초 이후 북한이 ‘한(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거짓 슬로건으로 북한 비핵화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체제안전보장”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선동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추구해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얻어낸 것도 사실이다.

이를 토대로 북한이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미군철수를 달성하여 한미 동맹을 폐기시킴으로써 한반도 적화통일 구상을 견지해 온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번 전원회의 결정문에서도 이와 같은 북한의 전략목표는 수정이나 변동 없이 일관되게 표명‧추구되고 있다.

예컨대 결정문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결국 미국이 먼저 제재완화나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하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실상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나, 실제로 핵‧경제 노선을 포기한 일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9년 신년사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했다가 이번 전원회의에서 복귀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또 미국과의 직접 핵군축 협상을 추구하려는 본색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2020년 1월 초 “북한의 핵 포기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려 주목된다.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에 대한 국정원의 분석 내용임. 「중앙일보」 , 사설 “점증하는 이란 사태 위기, 북한은 오판 말아야.” 2020.1.8.

국정원은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해제해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곧 핵포기는 고사하고 핵 능력 강화로 “무적의 군사력 보유 강화”를 국방건설의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국회정보위원회 한국당 간사 이은재 의원 傳言) 또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려면 대북제재 해제를 넘어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보장까지 해 달라는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국정원은 보고 있다”고 한다.(국회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민기 의원 傳言)  

라.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핵‧미사일 무력 증강 계속

북한이 이미 40∼60개에 이르는 핵무기를 보유했고, 2020년 말까지 100여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019년 한 해 동안 다종의 신형 무기들을 선보였다. 홍관희, “文정부가 경청해야 할 韓美 핵공유론,” 「문화일보」 포럼, 2019.8.16.

곧 다종(多種)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시험발사함은 물론 특히 미사일·장사포 성능을 배합한 4종 세트 신형 무기들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예컨대, ①회피기동이 특징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②미사일급 폭발력·속도·사거리에 수십 수백 발 동시 발사가 가능한 신형 대구경방사포, ③수백 개의 자탄 능력을 갖춘 신형 에이태큼스급 미사일, 그리고 ④신형 잠수함의 SLBM 북극성-3형 개발까지 4종 세트로서, 김정은은 이를 ‘우월한 전술적 무기체계’로 자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선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로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고 있어, 새로운 전략무기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컨대 김정은은 “공약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면서, 모라토리움(핵실험-ICBM 도발 유예) 파기를 위협하는가 하면, “세상은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과 “충격적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을 공언하고 있다.

과연 김정은이 2019년 12월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공언한 “새로운 전략무기”란 무엇인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①다탄두(MIRV)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15형에 사용한 ‘백두산엔진’을 개량해 신형엔진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 아울러 고체연료 사용 ICBM도 주목해야 한다. 액체연로를 사용하는 화성-14,15형은 발사 전 연료주입에 30분 정도 소요된다, 고체연료는 연료 주입 없이 즉각 발사 가능해 기습 핵타격력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북한이 추구하는 핵 강성대국의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윤상호 “김정은이 언급한 새 전략무기. 다탄두-고체연료 ICBM 가능성,” 「동아일보」, 2020.1.2.
②위성요격무기(ASAT) 개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소한 그 기본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③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실험 발사가 예상된다. 현재 3,000톤급 신형 잠수함에 2,3발의 SLBM 탑재 가능성 있고, 올해 상반기 중 실험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④핵EMP탄을 언급하는 해외전문가도 있다.

마. 대남정책 경색과 대미협상에 여지(통미봉남 재현?)

이번 전원회의 결정문에선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상기한 대로, 하노이 노딜 이후 남조선 무시 정책으로의 급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남한 변수가 정세 변동에 하등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남한에 대한 맹렬한 선전공세와 맹비난을 퍼붓는 것이 주목되는 현상이다. 아울러,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 대해 경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눈에 띤다. 특히 중국 측은 북한의 이러한 태도를 남한에 대한 ‘경고’로 해석한다. 이성현, “중국이 보는 2020년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길,’” 「세종논평」, No. 2020-02(세종연구소, 2020.1.6.)

그 이유는 북한이 경고 없이 대남도발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남북관계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특히 한미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 매체는 “남조선은 미국의 51번째 주로서, 한미군사연습 여부를 결정할 수 없으며 아무 권한 없다”고 비난하고, 정경두 국방장관을 향해 “명색이 국방장관인데 미국이 언제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몰라 안절부절한다”며 “미국의 일개 사병보다도 못한 그 꼴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웃고 있다”고 매도했다.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 2020.1.13.
북한 매체는 한국 대통령의 2020년 신년사를 향해서도 “주제넘은 자화자찬”이라는 비방을 계속했다. 「동아일보」, 2020.1.16.

한편 미국에 대하여는 자존심을 유지하면서도 대미 협상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비핵화를 요구하는 제재 완화 곧 ‘제재완화 vs. 비핵화’ 간 빅딜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존엄과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북한 특유의 非실용적 명분 노선을 강력히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가의 안전과 존엄, 그리고 미래의 안전을 그 무엇과 절대로 바꾸지 않겠다”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 없다” 등이다. 이러한 도그마 고수 태도는 북한을 다른 사회주의 체제와 구별 짓게 하는 특성으로서, 실용성과 유연성을 결여한 북한이 개혁‧개방에 실패함은 물론 수령유일 영도에 입각한 주민압제를 지속하고 경제적 낙후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실적 난관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을 “날 강도 미국의 이중적 행태”로 비난하여 반미 입장을 고수하면서,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4. 향후 핵협상 및 북한체제 전망

가. 北 핵무장 vs. 美 비핵화 충돌 불가피―핵협상 타결 난망, 군사충돌 가능성 상존

북한은 핵포기 의사가 없음이 분명하고 미국 역시 현재로선 북한 핵을 용인할 의도가 없어 보인다. 미북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양측의 다양한 협상 전략전술이 교차하고 부딪치는 가운데 협상이 지리멸렬해지고 밀고 당기는 국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서 문재인 정부가 제재완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임으로써, 한‧미‧북 관계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조유라, “美 의회조사국, ‘韓, 중러와 함께 대북제재 완화 촉구,” 「동아일보」, 2020.1.29.

만약 북한이 “정면돌파, 새로운 전략무기” 등에 표현된 바대로 ICBM 도발에 나선다면, 미국이 군사 옵션을 사용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더 나아가 이른 바 ‘코피 작전’을 강행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2020 대선에서 북한 문제의 해결을 성과로 내세우고 싶어 하며, 특히 이란의 솔레이마니 제거 이후 참수작전 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 핵‧미사일 공격력 강화 및 다종의 신형무기 개발 지속

기본적으로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하면서, 핵‧미사일 공격력 및 다종의 신형무기 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중동 상황에 집중함으로써 군사력이 분산되는 경우, 북한 도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도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특사는 “북한은 미국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적대정책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2020.1.3. 「조선일보」, “갈루치 ‘北, 미국이 이란에 집중한 사이 도발할 수도,’” 2020.1.4.

미국이 지금은 이란 등 중동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리고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역시 미군의 중동 추가 배치가 북한 위기상황에 대한 미국의 대응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RS, The 2019-2020 Iran Crisis and US Military Deployments, 2020.1.8.

북한 핵개발의 목표는 지금까지의 북한의 주장, 정책 실행, 그리고 인적 정보자원으로부터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순히 협상용이나 경제지원 획득용이 아니라, 체제안전 및 보장을 기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을 거쳐 주한미군 철수를 목표로 하는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곧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유용하고 필수불가결한 정책 도구가 되고 있다. 태영호 전 주영 공사는 “1조 아닌, 10조 달러를 주어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했으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북한은 풀을 뜯어 먹을지언정,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에게 있어 핵무기는 “자위적 핵 억제력” “민족의 핵, 정의의 핵보검”으로 미화‧찬양되고 있다. 홍관희, 「한반도 전쟁」 (자유민주, 2018.3), pp. 132-134.


다. 미국과의 직접 담판―제재완화‧종전선언‧평화협정 추진 가능성

김정은 정권은 ‘핵동결’과 같은 중간목표를 미국측에 제시하여 협상 테이블로 미국을 유인한 뒤, 주한미군 위상 변동을 매개로 제재완화-종전선언-평화협정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미북(또는 미중) 빅딜 가능성은 상존하며, 군사적 대응에 따른 긴장 고조 속에서도 언제라도 상황이 급반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한반도 정세의 특징이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속한다. 다행히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문제에 관해 확고한 입장―철수나 감축 논의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라. 중러와의 연대 강화―항미(抗美) 통일전선 형성 노려

앞으로 북한은 중러와의 유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곧 신 냉전 구도 속에서 反美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한편, 중러 두 강대국을 항미(抗美) 후원세력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한미 동맹 약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균열을 겪고 있는 한국의 난국을 역이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대남도발 내지 위장평화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마. 개혁‧개방 거부―수령독재 온존(溫存)‧유지

북한은 2020년 이후에도 개혁‧개방을 거부하면서 수령 유일세습체제를 온존시키려 할 것이며, 경제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해 세습독재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분적 시장화(市場化)를 유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이 집권 후 취해 온 ‘경제활성화와 안정적 성장’ 경제정책―곧 일종의 개혁조치들―은 실패로 판명되고 있다. 예컨대 2012~2016 진행된 ‘김정은 경제개혁’은 ‘사회주의 책임 관리제’(기업체에서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 농업 부문에서는 ‘농장 책임관리제’)의 큰 틀로 집약되는데, 이는 현장의 공기업 성격 사업체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 생산활동을 활성화하려 시도한 것이었다. 또한 2016~2020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내세워, 국산화, 수입대체 육성, 자급자족형 경제를 지향하려 하나, 대북제재 등으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VOA, 2020.1.9. 참조.

상기 김정은의 조치들은 경제난을 일시적으로 모면하려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으로 경제개혁에 성공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들을 안고 있다. 사회주의 경제를 개혁하기 위해선 시장경제를 향한 체제전환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중국의 등소평이나, 소련의 고르바초프, 베트남의 개혁 리더십 등에서 발견되는 개혁‧개방에 대한 개념정립과 확고한 목표 의식이 결여돼 있고, 권력층의 개혁 의지가 형성돼 있지 않은데다, 개혁 추진체와 전략 역시 부재한 상황이다. 더욱이 동유럽 국가들에서 보여진 주민들의 개혁 욕구와 같은 국내변수도 형성돼 있지 않으므로, 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개혁‧개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소련 붕괴를 예측한 조지 케넌은 당시 미국과 대립하던 소련 내부를 관찰한 후 상당 기간 소련체제의 변화는 기대 난망이며, 수십 년 후 내부모순의 축적에 직면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파 지도자가 출현해 개혁‧개방을 시도할 것이나, 이때 소련 체제가 개혁‧개방을 소화시키지 못함으로써 붕괴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1946년 분석이 1980년대 후반에 현실화되었다) 약 40년 후 케넌의 예상대로 개혁 지도자로 출현한 고르바쵸프는 당시 13세의 소년이었다.


바. ‘장기전 체제’ 공식화, 당 지도부 조직 정비, 대남선동 지속으로 내부결속 도모 ― 외부 정보유입이 북한체제 변화에 핵심 변수 될 듯

김정은 정권은 ‘장기전 체제’를 공식화하면서 당 지도부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2020년 1~2월 한미훈련 재개 문제와 관련해 대남 선전선동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침체된 내부결속을 도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북한의 제7기 제5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분석 및 향후 정세 전망,” Online Series, 2020.1.2. CO 20-01, p. 7.

북한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외부 환경변수는 현대 SNS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인한 정보 유입 확대이다. 주민들의 각성이 점차 확대되어 북한체제 모순을 인식하게 되면, 결국 체제가 내부폭발(implosion) 또는 경착륙(hard landing, crash)의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규모가 작고 상상을 뛰어넘는 폭압 권력의 존재로 인해 내파(內波) 역시 쉽지 않고, 외부 충격에 의해 극적인 체제변화를 겪을 때까지는 현 상황으로 ‘그럭저럭 가게 될(muddle through)’ 가능성도 있다.

III. 동북아의 新냉전 구도

1. 아시아로 향하는 미국의 자유패권(liberal hegemony) 독트린

2차 대전 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자유민주‧인권의 도덕률에 입각한 ‘자유패권(liberal hegemony)’ 대외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는 ‘선의의 패권국가, 곧 리더쉽을 가진 강대국이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한다’는 패권안정이론에 기초한 것이다. 2차 대전 직후 유럽 중심이었던 자유패권전략은 중국이 급부상한 2010년대 초반 이후부터 아시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1978년 중국 공산당 11차 3중전회에서 등소평이 개혁‧개방 실용노선을 채택한 이후 평화굴기를 표방했던 중국은 이제 군사·대국굴기를 주창하고 중국몽(夢) 이름 아래 급속히 확대·성장하는 경제력을 토대로 모택동의 건국과 등소평의 부국에 이은 시진핑의 강국을 향한 세 번째 혁명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는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대국으로의 부상을 최상위 국가목표로 공식 천명한 중요한 전기(轉機)로 평가된다.

“세계 역사상 그 어느 나라도 중국만큼 빠르게 흥기함으로써 지역적‧세계적으로 팽창을 이룩한 나라는 없었다.”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 총리는 이처럼 신속한 성장을 시현한 중국의 세계전략에 대해 “국제체제의 힘의 균형을 뒤흔든 중국의 크기로 볼 때, 세계는 이제 새로운 균형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중국을 단지 새로운 또 하나의 행위자(player)로만 자리매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중국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국제정치 최대의 행위자(the biggest player)이다.” Robert D. Blackwill, “Implementing Grand Strategy Toward China,” Twenty-Two US Policy Prescriptions (Council Special Report No. 85, January 2020), p. 4.
 

“중국이 어찌 세계 패권을 추구하지 않으랴? 중국은 경제 기적을 일으킴으로써 가난했던 나라를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변모시켰다. 골드만 삭스의 예상대로라면 곧 세계 최강대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의 뒤를 따라 우주에 인간을 보내고 미사일로 인공위성을 격추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중국은 4,000년 전통의 문화를 보유하며 13억 인구 중 상당수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러한 중국이 아시아 제1, 그리고 머지않아 세계 제1등국의 꿈을 품지 않을 것인가?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가 되는 것, 그것이 중국의 의도이다.” Lee Kuan Yew, “China’s Growing Might and the Consequences,” Forbes, March 28, 2011. Blackmill 전게서에서 재인용됨.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도 중국 견제 필요에 의해 수립됐으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서 오바마의 아시아 중심 전략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중국 억제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동북아에서 미국은 전통적인 한미-미일 동맹과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재점검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따른 연합사령부 개편을 서두르면서, 한미연합사 기능이 약화될 것에 대비하여 유엔군사령부 기능을 복원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가 한국군 장성에게 비무장지대(DMZ) 출입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문제 제기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엔군의 DMZ 통제 권한을 재확인한 조치로 해석되며, 특히 문재인 정부가 전시작전권 환수를 서두르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연합사가 불능화될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아울러 GSOMIA 파기와 복원을 둘러싼 한일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적극 개입하고 있다.
또한 한미 간 방위비 갈등 등 다양한 동맹 저해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군 주둔의 당위성을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미 의회의 ‘2020 국방수권법’ 통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 노력을 뒷받침해주고 있으며 현재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큰 동요는 발견되지 않는다.

한편 미국은 반중(反中) 캠페인에 영국·일본·호주·대만 등을 참가시키고 한국에도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정식 배치, 미국의 INF(중거리핵전력조약) 탈퇴 이후 중거리미사일 배치 탐색,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참가, 인도·태평양 연합 가담 등 그동안 중간자적·유보적 입장을 취해온 한국에 분명한 선택을 촉구하고 있다.

2. 北‧中‧러 연대 강화 움직임

가. 중국의 反美‧대북지원 전략으로의 급선회

중국은 지난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지속적 국가현대화를 통한 세계 강대국으로의 부상’을 국가 최상위 목표로 설정했으며, (공개적으로는 부인하나) 사실상 패권 지향을 노골화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능력 증대를 원하지 않으나, 북핵을 억제시키기 위한 UN‧미국의 대북제재 엄격한 적용으로 북한체제가 붕괴 상황으로 가는 것에는 강력 반대한다. 북한의 붕괴는 한미 세력에 대한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중국의 안보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중국 당국이 유엔 제재에 불참하면서 대북지원을 지속하는 배경이다. 현재 중국이 압록강 하류 태평만댐 위 대북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보내는 연 50만톤의 원유는 사실상 북한에게 생명선의 역할을 한다.

“중국 당과 국가는 조선(북한)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키고 조선 정부의 안정과 계승성을 전적으로 담보해야 하며, 조선반도의 평화를 흔들림 없이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 “서방 적대세력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중국의 중요한 군사적 완충지역일 뿐 아니라, 우리 당의 ‘중국식 사회주의’의 고수를 위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정치적 전략지대…”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내부 문건. 이영종의 평양오디세이 “중국의 대북경고…‘핵고집땐 간부‧가족 가혹하게 처벌,” 「중앙일보」, 2020.1.10.


그러나 중국은 북한체제를 강력 지지하면서도, 북핵에는 반대하며 특히 6차 핵실험 이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핵과 북한체제에 대한 중국의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조선의 집권통치자들은 우리와의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핵실험을 위해 또다시 제멋대로 독단적 행위를 벌여 국제공동체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북한의반복적인 핵 실험은 중국에 대한 엄청난 국제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고 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상게서.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외과수술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를 불원(不願)하지만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환구시보」.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희망을 바라야 하나”라는 사평(社評)(2017.4.22.) 참조. 홍관희, 「한반도 전쟁」(2018), pp.18-20.
그러나 한미 군의 북한 영역으로의 북진에는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그 경우 중국군의 북한 개입을 공언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중국군이 6‧25전쟁 당시처럼 압록강‧두만강을 통한 북한 진군 뿐 아니라 산동 반도로부터의 직접적인 해‧공군 작전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2차 한국전쟁이 만약 발발한다면 한반도 전역이 상상을 넘는 미중 간의 전장(戰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바로 이점이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으로 하여금 한반도 문제에 고민하게 만든 점이라 할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T. R. 페렌바크가 지은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을 탐독하면서, 장래의 한국전쟁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고뇌했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은 정권 출범 초기에, 2011년 말 집권한 김정은 정권이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사실상 홀대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에 찬성하는 등 대북압박 전략을 구사하였다. 중국 시진핑 정권은 2013년 1월 22일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2087호에 찬성하여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유현정 “중국의 유엔안보리 결의안 동의 배경과 한국정부의 대중정책,” 「세종논평」 No. 261. 2013.1.25
당시 시진핑은 한국의 박근혜 정부를 우대하여 회유하려는 전략을 구사했으나, 2016년 한국정치 정세의 불안정성을 목도한 후, 북한 중시 전략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6월 27일 한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중국은 가시적인 대북압박 정책을 구사하였다. 유현정, “한중 정상회담과 대북정책 공조,” 「세종논평」 No. 270. 2013.6.24.

이후 중국은 대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 2018년~2019년 초 4회에 걸친 연쇄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시진핑의 대북전략 급전환의 배경으로서는 反美통일전선 구축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 2018년 3회에 걸친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북중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환기시키면서 “상호간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강조한 바 있다. 「신화통신사」, 2018.5.8. 특히 이성현의 “시진핑-김정은 세 차례 회담이 시사하는 북한의 미래,” 「세종논평」, 2018-35, 2018.7.2. 참조.
이에 대해 김정은은 6‧25전쟁 당시 중국군과 북한군이 함께 ‘조중연합사령부’를 창설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듯, 북한과 중국이 ‘한 참모부’ 안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2019년 초 4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유독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이는 미국의 북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군사적 옵션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미북 또는 미중 직접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 및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곧 중국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쌍중단’(북한 핵개발과 한미연합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협상 병행)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주한미군 철수가 포함되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음모가 담겨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3불 약속―①MD불참 ②THAAD의 不추가배치 ③한미일 안보동맹 불참―을 한 바 있고, 중국몽 및 일대일로 지지, ‘중국과 운명공동체’ 발언을 한 상황이어서, 2020년 3월 시진핑의 방한이 한중 관계의 밀착을 통해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나. 러시아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 기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년간 러시아를 통치해 오면서, 옛 소련의 영광을 회복해 러시아의 강대국 정체성을 재현하겠다는 야망을 품어왔다. 푸틴의 주요 통치 독트린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Arthur Cassidy Ph.D, “Exploring the Personality and Motives of Vladimir Putin,” The Celebrity Doctor, 2017.7.19. 또한 “Now that Putin is X’s ‘best and bosom friend,’ where does that leave the west?” The Guardian 2019.7.27.

①反美에 입각한 냉전 시대 대외인식(反美·反서구)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②그의 통치 이데올로기는 법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나, 실제로 권위주의(authoritarianism) 형태를 띠고 있다. 2020년 현재 통치 20년이 되었음에도 푸틴은 헌법 개정을 통해 종신 집권을 시도하고 있어, 장기독재 폐해 및 각종 부패 등 러시아의 정치적 위기가 잉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③대외적으로는 강대국(superpower)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곧 강대국 논리에 입각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이 추구하는 강대국 논리란 국제관계에서 강대국은 약소국보다 더 많은 권리를 보유하며, 약소국은 이웃 강대국에 “종속적인(subservient)” 지위에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러시아 내에서는 강대국이 (종속적 위치에 있는) 약소국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Emmi Skytén, “What keeps Putin in power?” University of Helsinki News Letter, 2019.1.11. 푸틴은 국제관계에서의 평등(equality)은 오직 강대국 사이에서만 존재하며, 강대국 정치에서 러시아는 주요 행위자(key player)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푸틴의 동북아 전략목표는 중국과의 군사연대를 통해 반미‧반일 지역패권 구도를 구축하고 이 지역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마침 한미동맹이 이완되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가 균열을 보이자 한반도가 힘의 공백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중국 및 북한과 연대해 적극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포위를 위해 대(對)러 전략적 우호관계를 구축하려던 구상은 푸틴의 ‘역(逆)닉슨(Reverse Nixon)’ 전략 곧 중국 카드로 미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The Guardian “An ever closer alliance between Beijing and Moscow has the Pentagon worried as a threat to US power in east Asia,”(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진 중러 동맹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미 국방부가 우려하다) 기사 참조 (2019.7.27.)

2019년 10월 22일 러시아 군용기 편대가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를 무단 유린하고 돌아간 사건은 러시아의 한반도 전략이 급변하고 있음을 알리는 전조이다. 그나마 중러의 KADIZ 진입에 미국이 B52 전략폭격기를 전개시켜 “도발적 공군작전(provocative air operations)”이라고 비난하고, “러시아의 추가 시도를 막을 것”이라며 동맹국의 영토 침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한미 동맹에 대한 신뢰를 확고하게 해 준 조치이다. VOA, 2019.10.23.


3. 미중 냉전의 특성―미소 냉전과의 비교 분석

미 하원의장을 지낸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는 한 연설에서 “여러분들의 후손이 중국어를 말하고 베이징에 굴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미중 관계)에 대해 전국적인 담론 기회를 가져야한다”고 역설하고, “1770년대 英 제국이 우리를 위협했던 이래 중국은 우리에게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는 과거 나치 독일이나 소련의 위협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van Osnos, “The Future of America’s Contest with China,” The New Yorker, 2020.1.13.

소련 주재 美 대사를 역임한 조지 케넌(George Kennan)은 1946년 소비에트 공산체제와의 이념대결 상황에서, 세계관 차이가 극명한 미소 간 타협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마니교적 이분법 내지 양자택일 접근 곧 전쟁이냐 유화(appeasement)냐의 선택보다는 “굳건하고 경계심을 갖춘(firm and vigilant) 봉쇄(containment)”를 통해 장기적으로 소련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후 미국 대소(對蘇) 정책의 근간이 된 케넌의 봉쇄정책 이론은 “참을성 있으나 확고하게(patient but firm), 소련의 팽창주의 경향을 봉쇄(containment)”해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George Kennan, “The Sources of Soviet Conduct,” Foreign Affairs, July 1947.

미중 패권쟁투에 직면한 미국 조야에서는 과거 소련과의 이념대결 냉전 상황을 돌아보고 교훈을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이에 따라 조지 케넌의 봉쇄전략을 되새겨보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는데, 케넌의 소련 정세 진단과 그에 입각한 대소(對蘇) 전략의 요점은 다음과 같이 압축된다. 첫째, 케넌은 미소 간 정반대적인 세계관(worldview) 차이로 대화를 통한 협상과 타협은 실패할 것이며, 우호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둘째,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3가지 옵션 곧 ①전쟁 ②유화(appeasement) ③봉쇄(containment)을 갖고 있있는데, 케넌은 미국이 세 번째 참을성 있는 봉쇄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국무성에 보고하였다. 트루먼 행정부는 케넌의 제안을 대외정책 독트린으로 채택하였다.

신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는 동아시아에 있어 중국의 위협이 과거 냉전시기 소련의 위협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곧 과거 소련 군사력의 중심이 유럽에 있었던데 반해, 현재 중국 군사력의 대부분은 아태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그 성격상 훨씬 복잡하고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해공군력이 동아시아 서태평양 해상수송로(SLOC)를 직접 위협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과거 소련은 서태평양 지역에 쉽게 진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John Mearsheimer, “The Rise of China and the Fate of South Korea,” unpublished paper(2011).


4. 미중 패권쟁투 전망

가. 무역전쟁 발발과 1차 무역합의

2019년 미중 양국은 패권전쟁의 서막이라 할 수 있을 만큼의 사상 최대 규모의 관세전쟁을 일으켰다. 상대방에 대한 거액의 관세가 부과되었고 그에 따른 보복관세가 이어졌다. 무역전쟁이 미중 냉전을 거쳐 패권전쟁으로 비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강경 대응의 논리적 준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 피터 나바로가 쓴 ‘중국의 파괴(Death by China)’에 의해 제공되었다. ‎Peter Navarro, Death by China: Confronting the Dragon–A Global Call to Action,  ‎Pearson Prentice Hall (2011.5.5.).

미국 경제가 중국에 의해 “능멸(rape)당하고 있다”는 감정적 표현도 수차에 걸쳐 등장했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자유무역’을 가장해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일삼아왔고 중상주의적 태도로 국제무역 규범을 위반해왔다고 분개해 한다. 홍관희, “미중 패권쟁투와 한국의 외교선택,” 「서울경제」 (한반도 24시) 2019.6.2.

미중 간 무역분쟁이 발발하면서 “역사가들은 제2의 냉전이 2019년에 시작되었다고 기록할 것이다”라는 경고도 나타났다. Niall Ferguson, “Turning Points: The New Cold War? It’s with China, and It Has Already Begun,” New York Times, 2019.12.2.

2020년 1월 15일, 미중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18개월 동안 끌어오던 무역전쟁을 잠시 멈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잠정적(temporary)’ 휴전이 향후 미중 패권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전쟁의 서막이라는 점이다.

나. 향후 전망: 차가운 평화(cold peace) 속 점차 충돌 격화 예상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중국 군사력 증강의 토대가 되는 경제력과 기술혁신을 차단하려 한다. 중국의 세계 제패 야망을 꺾기 위해 중국 산업망의 전면 파괴와 레짐체인지까지 모색하고 있다 한다. 실로 사활을 건 체제와 이념 대결에 나선 것이다.

미중 패권쟁투는 앞서 분석한 대로 전면전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상당 기간 동안 신 냉전 형태로 갈등과 봉합의 과정을 반복하며,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악화일로를 걷게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Niall Ferguson, 상게서.

직접충돌보다 냉전 또는 ‘차가운 평화’가 예상되는 이유로서는 첫째, 미중 간 힘(경제력과 군사력)의 차이가 아직 현격하다는 점, 특히 핵 전력에 있어 중국은 미국에 비해 한층 열세이다. 중국 당국이 이를 잘 간파하고 있어 섣불리 정면 도전하기보다는 치고 빠지는 식의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 대신 미래전쟁 차원에서 사이버, 우주전쟁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한다. 둘째, 중국의 팽창 스타일은 과거 소련과 다르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의 직접 충돌보다는 장기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을 구사한다. 예컨대 시진핑의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구상은 노골적으로 ‘세계혁명’을 추구하기 보다는 차관(debt) 성격의 투자로 상대방을 종속시키려 한다. 미국의 마셜 플랜이 지원금(grant) 성격인 점과 대비된다. Andrew Chatzky and James McBride, “China’s Massive Belt and Road Initiative,” 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19.5.21.

셋째, 민주평화론 담론이 지배하는 미국이 먼저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 물론 미국은 여야를 초월해 중국의 위협을 경고하는 점에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넷째, 미중 양국 간 경제‧무역‧문화 측면에서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미국 경제와 비교할 때 중국 경제는 과거 소련 경제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예컨대 냉전 시기에 소련 경제는 미국의 44%에 불과했으나, 중국 구매력 기준 GDP는 이미 2014년에 미국을 추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게서. 중국의 생활 물가가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편 향후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변수는 중국의 내부 정치체제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시장경제를 실현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론 중국특색사회주의 이름으로 공산당 1당 독재를 유지한다. ‘민주집중제(democratic centralism)’ 원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권력 창출과 교체 과정의 상세한 내막이 불투명하여 정치 불안의 근원이 되고 있다. 중국의 정치적 혼란은 중국의 대외전략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향후 상당 기간 미중 쟁투는 열전보다는 ‘차가운 평화(cold peace)’ 형태를 띠면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Odd Arne Westad, “The Sources of Chinese Conduct: Are Washington and Beijing Fighting a New Cold War?” Foreign Affairs, September/October 2019.8.21

결국 미중 패권전쟁 가능성은 ①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인가? 특히 경제력, 기술력(특히 컴퓨터, AI, Space, R&D 등)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인가? ②경제력과 기술력에 기초하여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의 군사력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③상기 분석대로 현존 패권국가(ruling hegemony)에 대한 신흥 패권국가(rising hegemony)의 도전이 있을 것인가? 등에 달려있을 것이다.

IV. 中東 정세 악화와 한반도

1. 이라크의 ‘미군 철수’ 요구 이 주제에 관한 자료로서는 홍관희, “미군철수 요구하는 이라크, 남의 일 아니다,” 「서울경제」, 2020.1.6. 한국군사문제연구원, KIMA News Letter, 제672호, 2020.1.16. 장택동,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동아일보」, 2020.1.17.


미국이 드론을 이용해 이란의 사실상 2인자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후 급속히 고조됐던 전운(戰雲)이 이란 측의 계산되고 절제된 대응으로 가라앉았다.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솔레이마니와 동행한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고위간부들도 함께 살해되면서, 이라크 의회는 미국이 이라크의 영토 주권을 침해했다며 미군철수를 전격 결의했다.

이라크가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배경은 이란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이란과 적대적으로 살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2020년 1월 1일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라크가 5천마일 떨어진 친구인 미국과 5천년 이웃으로 지내온 이란 사이에 끼어 있으며, 지정학과 역사를 바꿀 수 없는 것이 이라크의 실상(reality)”이라고 토로했다. Alissa J. Rubin, “As U.S.-Iran Tensions Flare, Iraq Is Caught in the Middle,” New York Times, Jan. 10, 2020.

과거 캄보디아 시아누크 총리가 ‘캄보디아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을 떠날 수 없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이와 맥을 같이하는 인식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 통신‧교통 기술의 획기적 발달로 이러한 지정학(geopolitics)의 한계가 극복되고 ‘상호의존’의 확대로 국제관계의 중심 원리가 지리적 위치보다는 보편적 가치관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에 미국은 미군 철수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 근거로는 미군 주둔은 우선 이슬람국가(IS)격퇴를 위한 것인데, 만약 이라크가 미군 철수를 요구한다면 그동안 IS 격퇴를 위해 미국이 건설한 미군기지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라크 미군 주둔의 목적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이라크 국민과 이라크 주재 미국인 및 동맹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특히 수니파와 쿠르드 계열 의원 다수가 표결에 불참한 이라크 의회 결의의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아울러, 대(對)이라크 제재를 경고하고 앞으로 NATO군의 이라크 주둔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2. 한반도에 주는 함의―동맹 강화는 생존의 전제이다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의 붕괴 후 이라크가 국제정치에서 힘의 공백지로 변모하면서 국민들이 친(親)이란계와 친미(親美)계로 나뉘어 대리 전장(戰場)화하고 있다. 미‧이란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되고 있는 이라크 상황은 한국정세에 중요한 함의와 시사를 던져준다. 현재 우리 사회도 친미(자유민주주의) 대 친중‧친북(인민민주주의) 간 이념적 노선 분열이 극심한 가운데, 양 진영이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미군철수로 인해 약소국 내에 힘의 공백(vacuum of power)이 발생하면서 입은 피해 중 또 하나의 두드러진 예가 2019년 10월 미군의 시리아 북방 철군 결과일 것이다. 미군 철군 이후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함으로써 쿠르드족이 처참한 곤경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 더타임즈는 “치욕적인 후퇴작전을 벌이는 미군의 모습이 1975년 베트남 패망을 연상시킨다”고 논평한 바 있다. 이윤태‧손택균, “‘美 공백 우리가 메운다’… 러, 터키-시리아 접경에 軍 투입,” 「동아일보」,  2019.10.15.

열강에 둘러싸인 나라에 힘의 공백이 발생하면, 주변 열강은 먹이를 노리는 야수의 심정으로 호시탐탐 침공의 기회를 노리게 된다.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가 지적했듯, 힘(power)의 추구는 인간 행동에 있어 본질적이며 “결정적(crucial in human behavior)”이기 때문이다. John Baylis, Patricia Owens, Steve Smith 편집, The Globalization of World Politics: An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 Relations, (Oxford University Press, 2017) pp. 102-104.

무정부상태(anarchy)가 본질적 속성인 국제관계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나라가 홀로 안보를 지킬 수 없을 때, 동맹을 통해 나라를 지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유엔 헌장은 모든 회원국이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 곧 동맹을 통해 주권을 수호할 권리를 보장한다. UN헌장 51조.


“UN의 모든 회원국들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회원국들의 독자적(individual) 또는 집단적(collective) 자위(self-defense)의 고유한 권리는 침해받지 아니한다.”

시리아 내전, 예멘 내전, 이라크 내전에 이어 리비아 내전이 외세의 개입과 함께 격화되고 있으며, 주변 강대국의 대리전(proxy war) 및 각축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한국은 지금 내분이 깊어지고 있다. 만의 하나 미군이 철수하면 다른 열강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핵무장에 성공한 북한이 미군 철수 이후 중러의 지원을 받아 도발한다면 제2의 한국전쟁이나 베트남 패망의 비극이 재현될 수도 있다. 국제 역학 구도 측면에서 볼 때,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이 우리의 생존과 안보에 필수적 요소인 이유이다.

V. 결론: 우리의 대응방향

1.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의 조화

지금 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와 우리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인 ‘한미공조’ 사이에서 혼돈을 겪고 있다. 동맹 우위의 정책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 정권은 분명히 우리의 존립을 위협하는 적대세력이다. 다만 김일성 3대 세습정권을 제외한 북한 주민들은 같은 민족으로서 평화통일의 대상이다. 이들을 포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은 우리 안보를 공동 책임지고 있는 미국과 “조화와 병행의 원칙”을 견지한다는 것이었다. 이 원칙이 지켜져야 한국의 안보와 존립이 보장된다. 최근 북한 개별관광 문제를 둘러싸고 대북정책이 우리 주권의 영역이고 또 우리가 당사자라는 주장도 있으나, 국제관계에서 안보 없는 주권은 무의미하며 존속할 수도 없다.

미국이 일관되고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과의 공조 없는 독자적인 대북지원은 자칫 미국의 제3자 제재(secondary boycott)을 불러 올 수 있어 위험하다. 해리 해리스 대사는 “남북이 앞서 가면, 제3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 개별관관 추진 시, “제재 부과를 촉발(trigger)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워킹 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제언했다. 「동아일보」, 2020.1.17.

이 문제를 한미 양국이 순조롭게 타결해 나가야 한국 안보의 장래가 밝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평화를 위한 타당한 파트너가 아니다. 그는 진실성이 없고 부정직하며, 말과행동이 다르고, 비이성적이다. 한국은 강한 민주주의 국가이다. 북한은 독재체제로서 주민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기 힘들 것이다. 남과 북이 대조적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미국은 다양한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 엘리럿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인터뷰, VOA (2020.1.9.)

북한이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고 미사일 능력마저 고도로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은 (1)군사력 사용 (2)협상 및 유화(appeasement) (3)최대한의 대북 압박‧제재 등의 옵션을 놓고 고심해왔다. 2차 대전 직후 소련과의 대치 국면에서 케넌이 제시한 대소(對蘇)전략 방안이 지금의 우리 대북정책에도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한반도 현실에 적용하면, (1)군사력 사용은 대규모 인명살상과 물적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어 바람직하지 않으며 (2)협상 및 유화정책은 북한과 가치관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칫 북한 체제를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우(愚)를 범함으로써 후환이 될 수도 있다. (3)그러므로 케넌의 제언처럼 일단 봉쇄에 해당하는 강력한 대북 압박‧제재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2. 북한 핵무장 대응전략 실행 시급

북한은 2020년에 핵탄두 100개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각종 중단거리 및 다탄두 ICBM 능력을 확보하며, 고체연료 사용이 가능하고, SLBM 개발을 완수하고, 4종 세트 신형 무기를 실전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날이 고도화하는 북한의 다종(多種) 대량살상무기(WMD) 앞에서 우리의 군사적 대응능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북한 핵무장에 대처하기 위해 ‘핵은 핵으로 억제한다’는 절대 명분 아래, 우리 자체의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핵무기 공유 협정 등 시의적절한 대안들이 제시되었다. 원래 핵무기는 무서운 파괴력 때문에 확실한 보복력, 곧 상호확증파괴(MAD) 능력을 확보해야 억제가 가능하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면 우리도 등가(等價)의 보복 능력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체 핵무기든 미국의 전술핵이든 핵무기가 우리 영토 안에 있어야 억제력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핵억제력’ 공약은 국내외 정치안보 환경의 변동성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 자체 핵무장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의 부담이 있다면,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기 공유 등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누차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한미 동맹이 핵동맹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조선일보 공동 주최, ‘한반도 평화’ 국제컨퍼런스(2020.1.15.). 「조선일보」, 2020.1.16. 참조.
이제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은 거의 제시되었다. 남은 것은 정부가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다.

3.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재구축

본 고에서 분석했듯, 국방력이 부족한 나라가 동맹마저 상실하여 힘의 공백지로 변할 때, 주변 열강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국제정치의 냉엄한 철칙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저술한 투키디데스가 지적한 대로 “약소국은 강대국을 거부할 수 없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참조. 그는 “강대국은 그들이 원하는대로 행동하고, 약소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The strong do what they want and the weak accept what they have to accept).” “자유는 힘의 열매이다(Freedom is the fruit of power).”라고 강조했다.

마키아벨리도 말했다. “통치자는 ‘전쟁의 기술(전쟁술) 이외의 어떠한 기술(능력)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좋은 군대가 없는 곳에 좋은 법은 있을 수 없다. 좋은 군대가 있는 곳에 좋은 법이 있어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참조.

공권력이 부재한 국제사회에서는 법과 질서가 존재하는 국내정치와 달리 힘(power)만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다. 동맹을 통한 ‘힘의 균형’ 확보는 약소국이 국제 정글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스파르타와 일전을 앞에 둔 아테네는 당시 중립적인 약소국 멜로스(Melos)에게 항복하도록 유도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멜로스 스스로의 안전과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판단하도록 설득했다. 그러나 멜로스는 강대국 아테네의 동맹 합류 권유가 ‘옳지 못하다’고 거부하다 나라가 멸망하고 국민이 살육당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국제관계에선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멜로스 사례는 최근 한일 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를 둘러싸고 큰 혼란과 논란을 겪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곧 과거사의 옳고 그름 시비와 현재의 국가안보 간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과 한일안보협력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우리 안보 이익과 국가생존에 관한 문제이다. 한일 간 안보협력은 과거사 논쟁이 아닌, 안전(safety), 안보(security), 그리고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s)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자유민주주의•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이다. 동맹의 전제는 공동의 대적관(對敵觀)을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현재 우리의 주적이며, 중국·러시아·북한이 군사적으로 연대하여 팽창하는 것을 막는 것이 신 냉전기인 오늘날의 시대정신이다. 이와 관련하여, 케빈 슈나이더 주일 미군사령관은 “안보상의 도전으로 가장 임박한 곳은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1월 19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 내용 참조. 「연합뉴스」, 2020.1.19.

미국이 우리 안보를 공동 책임지고 있듯이, 우리도 미국이 위험에 처할 때 기꺼이 도울 수 있어야 동맹의 취지에 부합한다. 일본은 2014년에 헌법의 해석변경을 통해 미국 유사시 함께 싸우겠다는 집단자위권을 선언했다.

그러므로 「인도•태평양 연합」 참가를 통한 동맹 강화와 안보 확보가 시급하다. 호르무즈 파병도 우리 생존에 필수적인 석유 해상수송로(SLOC) 확보 차원에서 호위연합체 참가가 바람직하다. 핵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안보를 지탱하는 유일한 대안인 한·미 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의 유예, 유엔사 강화, 한미 연합훈련 재개, 한미일 3각 안보협력 복원, 방위비 협상의 전향적 타결 등이 시급하다.

한일 안보협력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한미동맹 붕괴로 연결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을 뒷받침하는 후원 병력과 후방 기지들이 일본에 있어, 한일 관계 악화는 한미 동맹 자체를 위협한다.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대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바로 김일성의 ‘갓끈 전술’이 노리는 점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0-02-03 10: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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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4시] 美軍철수 요구한 이라크, 남의 일 아니다
[홍관희]
 홍관희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美·이란 사이 새우등 터진 이라크 친미vs친중·친북 분열 韓과 유사 자유민주국가 정체성 부정 안돼 동맹강화·안보확보 총력 다해야 2020-01-12 17:05:42 미국이 이..(2020-01-12)
공수법 대처법
[최병묵TV]https://youtu.be/JENCLYsiUcs
 2019년 12월 30일 막가파 정권의 일방적 날치기에 의해 공수처법이 통과되었다.. 대한민국 형사절차 관련법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단순히 걱정만 하고 있기에는 그 충격이 너무 클 것..(2019-12-31)
"울산 선거개입 몸통은 문재인"
https://youtu.be/R3DMyXYctXY
 [송국건의 혼술] 서정욱의 '법대로' 2부 "울산 선거개입 몸통은 문재인" (2019-12-25)
서정욱 변호사의 쾌도난마-文 수사 들어간다
https://youtu.be/xpOuOUPzHYI
 (2019-12-25)
美中 직접대화..위험하다~!!
[정치적 대화 위험성]
 트럼프-시진핑 전화통화…'北성탄선물' 대응·무역협상 논의 2019-12-21 06:14 트럼프, 비건 회동제안에 北무응답 직접 中역할 요청·대북공조 당부 관측 시진핑 "홍콩 등 사안 美언행 中이해 해쳐…..(2019-12-21)
[한반도 24시-서울경제]미국의 자유패권(liberal hegemony) 유지될 것인가
[홍관희]
 2차 대전 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자유민주‧인권의 도덕률에 입각한 ‘자유패권(liberal hegemony)’을 대외전략 기조로 삼아 추진해왔다. 자유 진영에 안보우산을 펴주고 무임승차를 ..(2019-12-08)
‘靑 하명’ 사실일땐 ‘현대판 3·15 부정선거’…민주주의 파괴한것
[문화일보]
 ▲  정권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과거 3·15부정선거는 4·19혁명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불렀다. 오른쪽은 2017년 대선 당시 시민단체 회원이 투표함을 감시하고 있는 모습. 자료..(2019-12-03)
[문화포럼]安保 파괴에 未必的 故意 의심된다
[홍관희]
 안보 파괴에 미필적 고의 의심된다     홍관희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지금 세계인들은, 한강의 기적과 함께 산업화·민주화에 성공한 동아시아의 모범국이 돌연 유례없는 ‘..(2019-11-28)
WP "韓中 군사 핫라인 설치..국방 상호협력 증진 다짐"
[WP 사설 / 내년 한국 국방장관 北京 방문]
 지소미아 파기 연장 문제를 두고, 한일 간 더 나아가 한미 간 파열음이 격하게 일고 있는가운데,, 워싱턴 포스트(WP)지는 11.23 사설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군사 핫라인을 증설하면서 양국 간 군사 교류 ..(2019-11-24)
미국 여론 "주한미군 주둔 원한다"
https://youtu.be/-O7B9oKLdfw[김정호의 경제TV]
 미국 국민의 60~70%, 주한미군 주둔 원한다. 한국 국민 역시 60~70%, 주한미군 주둔 찬성.. (2019-11-23)
韓美, 괌 해상서 태평양 연합훈련 실시…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RFA / 자유아시아방송]
 RFA(자유아시아방송)     앵커:한미 양국이 지난 5월에 이어 태평양 괌 인근 해상에서 ‘퍼시픽 뱅가드’ 연합훈련에 돌입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nb..(2019-11-23)
GSOMIA 파기 이후 어떤 일 벌어질까..?
[뉴스분석]
 문재인 정권의 GSOMIA 파기가 확실시되고 있다.. 문재인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선결요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구실에 불과하다.. 아베 정권이 이 구실을 만들어 준 측면이 있다. 아베 정권도 한국의 GS..(2019-11-19)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것은 美國이 아닌, 北 住民들" 美전문가
[VOA: 북한이 초조하다]
 미 전문가들 “김정은, '북한 내 압박' 느끼는 듯" 데이비드 맥스웰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 VOA(미국의 소리)   북한의 최근 잇따른 담화는 비핵화..(2019-11-16)
GSOMIA 파기는 文 정권 反안보 행보의 극치-국민의 심판으로 몰락의 신호탄 될것
 이 정권은 입으로는 한미동맹을 외치면서 행동으론 동맹을 파괴하고 있다.. 한일 안보 협력의 붕괴는 한미 동맹의 파괴로 직결된다.. 문 정권은 반일을 선동해서 김정은 폭정과 [민족공조]로 연합해 미국에 ..(2019-11-14)
살인하고 탈북한 북한 주민..대한민국 刑法에 따라 처리했어야
[北送한 것은 대한민국 국법을 위반한 것]
 오징어배 16명 죽이고 도피한 北선원 2명을 통일부가 판문점으로 북송 추방한 사건-- 지난 2일 동해서 나포한 뒤 5일간 비공개로 있다가 7일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통일부는 흉악범이란 구실을 내세웠으나..(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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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錫悅 검찰총장은 다음 大統領이 되어라 理念, 經濟, 社會的으로 異常해진 나라를 正常化.. (01.28)
아프간 전쟁이 주는 교훈: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아프간 전쟁이 주는 교훈은 수없이 많다.. 부패.. (12.11)
[成大신문-논평]힘이 있어야 나라 지킨다 홍관희(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우리가 일상.. (12.08)
해리스 美대사, "文재인, 從北-左派.. (12.02)
김정은 사랑한다는 김용옥, 그의 책 .. (12.02)
美홍콩인권법이 美中 충돌의 촉매 될.. (11.29)
살인하고 탈북한 북한 주민..대한민국..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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